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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일본 작가 야쿠마루가쿠의 신작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이 작가의 이전 작품 <돌이킬 수 없는 약속>를 흥미진진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 반가운 마음과 기대로 읽은 책이다. 이전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라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 또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줄거리는 주인공 '쇼타'가 여자친구에게 가는 도중 뺑소니를 하게 되고 교도소 복역 후 죗값에 대한 혼란스러움 속, 뺑소니로 죽은 할머니의 남편인 '후미히사'를 만나면서 진정한 속죄에 대해 깨닫는다. 후미히사 역시 과거 전쟁 속 사람들을 죽인 기억으로 쇼타를 이해하면서도 자신 또한 속죄의 마음을 쇼타에게 풀어놓는다.
이 소설은 쇼타와 후미히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속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들은 교도소의 형기를 채웠다고 속죄를 다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 후의 삶에서도 계속해서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쇼타의 경우 음주 운전을 했고, 사람을 쳤을 거라 확신은 없었지만 무언가 치었다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서 악의적인 본성이 있다고 보아 평생을 속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인 후미히사의 경우는 전쟁 속에서 군인의 본분을 이행하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평생 속죄를 하면서 살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소설 속 후미히사를 통해, 가해자가 속죄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 후의 삶은 성실히 살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죄를 마주하고 도망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릴 있고 반전이 있는 것처럼 웅장하게 전개되지만 결말엔 교훈을 전하면서 훈훈하게 끝나는 모양새가 싱겁게 느껴져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매 문단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흡입력 있는 문체다. 전개가 빠르고 주변 인물들간의 관계가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으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내는 재미,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퍼즐이 맞춰졌을 때 쾌감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