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은수를

어떤 은수를 ㅣ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나에게 '판타지' 장르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책이 바로 <어떤 은수를>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 성향인 내게 판타지는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장르이다. 그래서 책 읽기 전에, 내용인가 대충 알고 싶어서 다른 분들의 독후감을 읽어봤는데 그분이 히로시마 레이코님의 팬이라면서 <어떤 은수를>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간략하게 설명된 줄거리를 파악하고 책을 읽어보니 내용을 이하히기 쉽고, 종전에 느낄 수 없었던 판타지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은수를>줄거리는 자식이 없는 어떤 부자 노인이 재산상속을 걸고 다섯 사람에게 미션을 주는 내용이다. 노인의 미션은 '은수'라는 신비로운 알을 아름답게 부화시켜 자신에게 선보이면 그중 가장 빼어난 은수를 키운 사람에게 재산상속을 약속한다. 미션을 받은 다섯 사람이 은수를 키우는 과정과, 마침내 탄생한 은수의 모습 그리고 결말이 순서대로 등장하는 구조이다.

"일 년 뒤, 내가 너희를 다시 여기로 부르마. 그때 가장 빼어난 은수를 데려온 자가 내 재산을 받을 것이다."

첫 번째 후유쓰구는 자신감이 넘치는 거만한 청년인데, 은수 대리양육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운수를 가지게 되었지만 욕심을 부려 또 다른 은수를 가진다. 두 마리의 은수가 서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결국 죽어버린다.

두 번째 후미코는 부잣집 외동딸로 자의로 선택하는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의 뜻대로 키울 수 있는 은수에게 집착하다 자멸한다.

세 번째 데루히사.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애처가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 은수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아이가 없어 속상한 아내의 제안으로 은수를 키운다. 그러던 와중 아내가 죽고, 데루히사는 그런 아내를 대신한 은수를 딸처럼 키운다.

네 번째 지아키. 탐구심이 많은 학자로서, 은수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호기심을 느끼고 은수 세계를 탐구한다. 결국 은수의 출처와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현생보다 이생에 매료된다.

다섯 번째 데루코. 사교계의 여신으로 불리는 젊은 미망인이다. 데루코의 이야기는 스포와 반전이 난무하는 부분이라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은수는 '은빛짐승'이라는 뜻으로 돌의 알에서 태어나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주인이 바라는(욕망) 대로 성장하는 특성이 있어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 다섯 사람이 만들어낸 은수의 모습이 독특하고 신기했다. 언젠가 들어봤을 법한 설화와 비슷한 설정에 뻔한 결말을 생각했지만, 반전이 있어서 좋았고 약간 자극적인 부분도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약간의 교훈도 있고, 실제로 나의 욕망을 먹고 자란 애완동물 '은수'라는 존재가 있다면 어떻게 자랄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다섯 사람의 이야기 중에 데루히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삶에 만족하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은수가 독약이 되어 아내를 잃었으니 불쌍했다. 심지어 자신의 의지도 없었는데, 남겨진 사람의 슬픔까지 겪어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마 외부의 방해가 없었더라면 이상적인 결말을 맞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역시 '평범한 것이 행복하기에 가장 적절한 환경'이라는 생각을 단단하게 해준 소설이다.

표지 속 눈에 거미를 달고 있는 소녀의 기괴한 모습처럼 전반적으로 밝은 느낌의 판타지는 아니지만 독특하고 신비로운 세계가 그려져 무척 매력 있는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