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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의 밤
이서현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6월
평점 :
혈실적인 지망생의 세상을 옮겨놓은 듯한 초단편 소설 17개가 수록된 작은 책이다.
17개 단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망생의 밤'이다. 망생의 밤이 뭘까, 죽은 망령(亡靈) 이런 분야 이야기인가?했지만 '지망생(志望生)'을 '망생(亡生)'이라고 표현한 언어유희(?)라는 것을 알고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비관적이랄까.
망생의 밤의 줄거리는 시인 지망생인 화자가 '망생의밤' 모임에 참가하고 옛남자친구를 비롯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취업하지 못한 지망생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과 남들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인공이 망생의 밤에 참여할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더 해서 취업에 더 노력해볼 생각은 없는지?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중요한 것부터 챙길 수 없는 게 지망생, 은혜가 말한 패배자의 삶이었다."
그 외 각각의 이야기가 초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흡입력있고 재밌게 술술 잘 읽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희망의 여지가 없는 현실 그 자체를 담은 소설이라 응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결말이 없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어느 부분이 포인트인지 독자가 찾아보면서 읽어야하는 구조라 피곤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타겟이 누구일까? 지망생이 읽으면 공감하겠지만, 망생의 밤에서 화자가 지망생들의 모임을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은혜의 말을 빌려 '실패자들의 모임'에서 얻을게 뭐가 있나.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다는 낮다는 안도감? 뭔가 꼬일데로 꼬이고 안될 대로 안되는 지망생의 인생을 총망라한 소설책을 읽다보니 나까지 답답해지는 책이었다.
"인생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다. 떠나온 길을 다시 가자면 한참을 돌아가야 돼" <나잇값> 16p
"나는 그길로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극한 반대에 부딪힐 거라는 예상과 달리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 그제야 나는 나에게 전혀 재능이 없음을, 진즉에 가망 없음 딱지가 붙여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수 좋은 날> 45p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