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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이자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6월
평점 :
만화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고 골랐는데 펼쳐보고 만화책인 것을 알고 오히려 더 좋았다.
요즘은 집중해서 읽는 책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힐링하면서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나의 욕구를 100% 충족시켜줬다.
내용은 흙수저 집안에서 궁상맞게 살아온 밀알(주인공이름임)이 무채색 음식만 먹다가 취업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주인공이 단순하고 욕구에 움직이는 게 너무 웃기고, 자꾸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난 어른이다', '어른이 되고 싶다' 혼자 생각하는 게 귀엽고 독특해서 매력이 넘친다. 특히, 허무인(남자)이 임신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정말 빵터졌다ㅎㅎ 어이가 없어서 웃기고, 그게 가능한거였냐 묻는 질문도 웃기고 암튼 다 웃겼다.(어떻게 너무 재미이썽...!)
그렇다고 두부같이 마냥 건전한 책은 아닌 게, 비속어나 젠더와 관련된 단어도 많이 등장하고,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랑 만나는 것도, 협력업체 대표랑 술 먹으러 간 것도 스펙터클 해서 자극적이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이 겪을법한 주식투자나 동료 직원을 따라 하는 차림새 등의 이야기가 담긴 것도 공감을 자아내 재미있었고, 결정적으로 웃겼던 건 맛있는 음식에만 색깔을 입혀놓은 그림들이다. 약간 병맛나는 그림체에 음식에만 정성(?)을 쏟은 저자를 상상하니, 밀알의 성격에 주인공의 자아가 녹아들었지 않나 싶다.
색갈이 입혀진 음식은 꼬치, 빵, 돈가스, 스시오마카세, 와인, 젤라또, 케이크 등이 등장했다.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했던 주인공 밀알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책이 끝이나 너무 아쉬웠다. 저자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 찾아봤는데 호불호가 있는 작품인 듯했다. 어쨌든 나는 분명한 '호감'이라 저자의 차기작, 밀알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만화책을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이야...!)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