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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평점 :
"눈 위에 쓴다
사랑하는 너를
그래서 나 쉽게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
떠나지 못한다"
50년 동안 시를 써온 시인이 있다. 그 시인과 비교적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알만한 시인
이름도 익히 들어왔고, 대표적인 시구도 안다. 나태주 시인의 책은 이번이 세 번째 일 것이다.
첫 번째는 시집이었고, 두 번째는 나태주 시인이 감명 깊게 읽은 시들을 모은 시집이었다.
이번 책은 이다. 어렸을 때 자신의 첫 기억부터 시작한 을 담았다.
거의 유일하게 아는, 명성 있는 시인의 유년 시절이 궁금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50살 정도 차이 나는 내가 읽어도 이해하기가 쉬웠고 잔잔한 울림이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이 책 한 권으로 나태주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나로서는 그저 좋은 기회였다.
나태주 시인은 77세이며 16세부터 약 50년간 시를 썼다고 한다. 본래 집보다는 외갓집에서의 생활이 어린 마음이 평온했고 외할아버지와 특히 외할머니에 대한 서로 간의 사랑이 아주 깊었다. 자신의 집안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없어 자신은 변종이며, 독학파고 무학자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배경이 모두 다 어려웠던 시골이었고 종종 6.25와 1.4.후퇴 등의 역사적인 순간들 끝에 있었음이 신기했다. 굉장히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에 어쩐지 따뜻했다. 특히, '눈길'이라는 제목 속 할머니가 눈 오는 날 자신을 업어서 학교에 데려다준 이야기를 읽을 땐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느껴져 감정이 북받치었다.
종종 등장하는 시를 읽는 게 좋았고, '외할아버지 생에 마지막 해바라기'라는 표현 그리고 '나는 사라지고 내가 쓴 문장만 이 세상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표현들이 너무 좋아 몇 번을 되뇌곤 했다. 저자가 이렇게 멋지고 감성적인 표현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의 말처럼 유년 시절 외할머니의 보듬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 문장에 감탄하고, 그 문장으로 인해 세상이 다시금 보이며
나태주라는 사람에 대해 알았고
내 할머니도 아닌 시인의 외할머니가 괜스레 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