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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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 있는 전문직 에세이를 무척 좋아한다.

작년에 읽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이어 이번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을 만났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다.

'책 수선가' 직업은 처음 들었고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와 다른 책들 보다 일찍이 손에 잡힌 책이기도 했다.

책 수선가의 정확한 명칭은 '책 보전가'라고한다.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곰팡이 핀 표지를 수선하고, 접어진 종이를 복원한다. 저자는 수선과 복원에 차이를 명확히 하는데,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런 흔적이 보다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각각의 책이 쌓아온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주는 일이 책 수선가로서 나의 역할이다."-p48 라는 신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생소한 직업에 대해 탐구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요즘에도 책을 수선해서 보나?', '누가 무슨 사연으로 수선할까?', '나이 드신 할아버지를 생각했는데 저자가 8년 경력에 적지 않은 경력이지만 비교적 젊다', '직업에 메리트는 뭘까?'등 궁금한 게 무척 많아 흥미로웠는데, 이 책을 계기로 책 수선가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반성하고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유익했다.

보통 책을 읽고 나면 내용에 집중해서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많은 편인데 특이하게도 이 책은 외관적인 요소가 인상적이었다.

일단, 종이가 다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느껴진다. 어떤 종이를 썼는지 궁금해서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아(알아서 뭐하게?ㅎㅎ) 더 궁금하다. 그리고 양장본이고, 옛날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커버 안쪽(풀칠???) 마감도 그렇고 저자가 그래픽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사진이 너무 고급 지고 깔끔해서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사진을 저렇게 깔끔하고 정갈하게 찍었을까?'감탄하면서 오랜 시간 사진에 눈길을 머물게 했던 부분이다.

내가 궁금했던, 책 수선가에게 의뢰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었는데

뿐만 아니라 책 갈피 등 망가진 모든 종이들까지 다양했고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자 나 또한 책 수선을 맡길 책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 봤다.

사실, 당장 떠오르는 책이 없어 아쉬웠지만 계속 생각하다 보니 자격증 공부한다고 끄적였던 노트? 할아버지 일기장?이 떠올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선기는 '결혼 앨범 수선기'였다. 의뢰인의 마음과 수선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몽글몽글한 따뜻함으로 나도 마음 한편 응원을 보내고 완성 작품을 설명할 땐 코 끝이 시큰해졌다. 그저 책 한 권의 수선이지만 또 누군가의 추억이고 마음이고 저 마다의 서사 하나하나가 특별함을 느꼈다. 처음 '직업의 메리트는 무엇인가?' 의문이었는데 그 부분을 충분히 상쇄할 만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일을 하는지 새롭게 알게 되었고 수선하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믿을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정말 오랜만에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에세이를 읽어 기분 좋았던 시간.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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