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 어느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을 향한 지적 여정
박미소 지음 / 반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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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은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일 때만은 나를 초월한 더 나은 존재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가 곁에만 있으면 두려움 없이 강해졌고, 전에 없이 유능해졌으며 누구에게든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 전능함의 환상이야말로 내가 그를 떠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8p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는 술의 의존도가 높은 알코올중독자인 저자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제 발로 정신병원에 찾아가 술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에세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는 공감보다는 호기심의 눈으로 이 책을 보았다.

기자 생활 10년에 가정이 있고 지금은 유튜버인 그녀가 왜 술을 먹고, 어쩌다 알코올중독자까지 되었는지, 치료 과정은 어떨지가 궁금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취지는 중독을 인지하면서도 인정하기가 두려워, 의존을 중단할 자신이 없어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치료를 결심할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자가 된 사람이 책을 읽을까 싶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좋은 영향력이 될 책인 것은 분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시선에서 움직이는 책이라서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혹시, 저자가 자신을 진단한 데로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중독자라면 굳이 끊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기 몸 망치는 거야 자기 선택이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전에 없이 유능해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면야 알코올에 기대도 되지 않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외에도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알코올중독자 치료 과정이었다.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 가사와 가정에 충실해서 성취를 느끼는 것은 어떤지'

'고민을 나눌 사람은 있는지', '왜 자꾸 술을 마시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정신과 의사가 묻는 질문들이 흥미로웠고 정신과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해 주었다.

당초 책을 읽은 목적대로 궁금했던 부분들의 해답이 모두 담긴 책이었고, 나는 경험해 보기 어려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PS 작가님. 5년 전 책을 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이뤘으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코올중독자였던 게 어찌 되었든 도움이 되었네요.!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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