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정신과 #공황장애 #우울증 #가정폭력 #동성애자 #공무원
이 모든 키워드를 지닌채 살아온 사람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아직도 종종 자살을 생각하는 현직 공무원.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한 책이었다. 저자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굵직한 키워드를 하나하나 다룰 때마다 나는 마치 사고 현장을 목격하듯 떨렸다. 자극적인 내용 덕분인지 계속해서 눈길을 부여잡은 책이었다. 이것을 '재밌다'라고 표현하기엔 조심스럽지만 나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고 어두운 주제를 가지고 담담히 써 내려간 저자의 글에 매력을 느껴 다른 책들이 혹여나 있을지 찾아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제 서른 즈음에 이르기까지 과정 중 굵직한 사건들과 그에 따른 생각들을 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부부 싸움 그리고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랐는데 이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우울증, 자살시도, 공황장애를 가지고 정신과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참고할 특이점은 비혼 주의자, 동성애자, 공무원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을 때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저자가 아무래도 정신병원을 다니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저자의 시각에서 담은 이야기의 일부분이라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국 '저자한테 있다'라고 생각했고 저자는 아빠가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고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 생각에는 엄마가 조울증이 심각한 것 같다.
나는 엄마가 내뱉은 말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소름이 돋았고(특히 병간호 부분) 부모와 연을 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단호하게 끊지 못하는 저자의 모습에 고구마를 한꺼번에 먹은 듯 답답했다.
'엄마는 내 뺨을 때렸지만 나를 사랑했다'라는 모순. 그냥 한 번 뺨을 때린 게 아니라 아동폭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은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초등학생 뺨을 때릴 수가 있는 걸까? 오직하면 저자는 자신을 '엄마의 우울을 먹고 자란 아이'라고 표현한다.
심리상담이 대화체로 꽤 구체적이라서 심리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엿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뿐만 아니라 자살시도하는 과정과 실패 이후 스스로 119에 전화하고 정신병원에 간 것까지도 뭐 하나 심심한 게 없는 글이다.
이 외에도 인도여행, 공무원 직업에세이, 동성애자 등 각 주제별로 좀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저자에게 응원을 보내던데,
솔직히 나는 자살을 반대하지 않아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응원을 하진 않았다.
그저 나랑 사고방식이나 삶의 형태가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과 시선을 가지고 사는지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고
저자의 인생을 통해 다채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자극적이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쩌면 현실적이고 어쩌면 기고한 운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경험할 수 있고
흡입력이 대단해 가독성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