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수연 지음, 주노 그림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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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번개탄, 고기 구워 먹으려고 산 건 아니었는데....' -90p

왜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을까?

이유를 아니 후들후들했다. 죽으려고 산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은 것이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는데,

저자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병원을 삼 년 다니고 지금도 치료 중이라고 한다.

두 번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어릴 적 엄마가 가출했고 엄마가 돌아온 뒤 아빠가 집을 나갔다.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다.

고등학교는 대체로 혼자 다니는 아싸였으며 결국 자퇴했다.

'우리, 제발 같이 죽자. 같이 죽을 수 없다면 나라도 죽여줘. 도저히 죽을힘이 없어. 살 힘도 없어. 이렇게 죽자.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나 너무 괴로워' - 85

숨죽이고 조용히 읽었다. 필자에게는 생경한, 저자가 처한 아픔이 감당이 되지 않아서 나의 생각을 펼칠 수가 없어 그냥 읽었다.

정신병이 있는 저자라서 그런지 자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읽다 보니 화가 났다.

어쩜 그렇게 이기적일까? 생각했다. 번개탄 자살이 실패하고 집안에 냄새가 배었을 때 담배 냄새라고 남편에게 둘러대며 넘어갔지만 그 순간 남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행거에 목매달아 자살하던 게 실패로 돌아가고 목과 얼굴에 시퍼런 멍을 보았을 때 남편의 심정은?

오늘, 내일 언제라도 죽을지도 모르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 화가 났다.

'저는 지금 제 모습도 좋은데요. 꼭 발전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건가요?'-25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 돼.'-65p

그렇다고 이 책에서 다룬 글들이 모두 우울하지만은 않았던 게 종종 엉뚱한 저자의 생각에서 웃긴 부분이 있었다.

죽으려고 집에 번개탄도 피우고 수면제도 한 움큼 먹고 방 안의 틈은 모조리 막아놓고선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생각한 게 '신고당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게 웃겼다. 아니 웃펏다. 자살을 앞둔 사람이 하는 생각이라니!

또, 저자는 뜨뜻미지근하지만 나름의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라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단언에 지지 않고 대답하는 부분이라던가, 나름의 위트 있는 문장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주었다.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일'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누군가 앞에서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는 떨림이 공감이 많이 되었고 나름의 코믹적인 부분도 있어서 저자가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번개탄에 자살하는 과정, 행거에 목매달아 자살하는 과정과 후기? 만큼 귀한(?) 경험담이 있을까?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 그 외에도 작가로 사는 사람의 생각과 에피소드, 반지하에서 열댓 평으로 옮긴 집의 역사, 사람들과의 관계, 주식 경험, 지갑 주은 이야기 등 평범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어느새 매료되어 집중해서 읽었다. 필자는 자살을 생각하지도 않고 외향적인 사람이라 저자와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을 땐 '나와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호기심을 가진 눈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된 에세이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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