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는 평화로울 것이다 - 노견과 여행하기
최경화 지음 / 소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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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어야만 하는, 반려견의 늙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조금 더 특별한 게 있다면 저자는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포르투갈인과 국제결혼했다. 노견의 마지막 한 달을 자동차 여행으로 마무리했다. 노견의 이름은 연두다. 유기견 입양소에서 6살 된 연두를 데려와 6년 반 동안 같이 살았다고 한다.

일기장을 읽는 듯 문체가 서정적이다. 그녀의 개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주 가까운 지인들의 안부를 읽는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물건들을 챙겨야 하는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반려동물 여권과 수의사 소견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을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여정을 곁들여 읽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주로 미술관이나 여행지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 이야기였다.

종종 삽입되어 있는 사진 속 연두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프고 늙은 친구 같지 않아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한편 마지막을 예고하는 먹먹한 글들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연두가 점점 기세가 약해지면서 욕창도 생기고 뛰어다니기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두 자신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기도 하고 그런 상태를 알아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나의 남편은 우리의 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 아파'라는 표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나를 위한 기능적인 것을 바랐는데, 개를 생각한다면 남편의 생각이 옳았다. 그래서 조금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연두가 늙어가는 과정을 읽다 보니 저런 에피소드가 생각나 주절거려보았다.

안락사의 올바른 때를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아직 우리 개의 끝을 생각하기엔 이르지만 언젠가 닥쳐올 큰 고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개가 아파하는데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편안하게 보내줘야 할지, 또 그때는 언제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체크리스트를 얻을 수 있었고, 100% 적절한 시기는 없으며 당신의 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기 때문에 직감을 믿으라는 조언을 새겨들었다.

늙은 개를 돌보는 마음, 언젠가 내가 겪어야 할 감정들을 잘 표현해 준 글들이었다.

저자의 시선으로 점점 활기를 잃고 힘들어하는 연두를 보며 나 또한 같이 마음이 먹먹해졌다. 점점 다가오는 연두와의 이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기에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를 천천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이고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다. 가족 중에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가 마주할 죽음에 앞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도 뜻깊게 읽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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