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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지 마
박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사회생활을 하면서 혼자 배운 게 눈물 참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이 감정을 쏟아내고 싶을 때 일부러 슬픈 영화를 골라 작정하고 울곤 한다.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슬픈 책이 별로 없기도 하고 인연이 없었는지 내 손에 들어오는 경우도 없었다.
근데 제목만 봐도 '작정하고 울겠구나' 싶은 책을 읽었다.
<엄마, 죽지 마>는 신문지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 저자가 쓴 에세이다. 나는 광수생각을 직접 본 적은 없고 유명하다는 것만 알았던 터라 편견 없이(?) 이 책을 마주했는데, 저자가 쓴 프롤로그만 읽어도 느껴지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저자의 문체가 좋았다.
이 책은 저자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편지 형식 시다. 어려운 주제가 아니고 글씨가 적어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읽었는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눈알을 굴리며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느라 힘들었던 책이다. 엄마와 죽음은 참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주제이다. 책 초반에 등대 그림이 몇 페이지에 걸쳐 그려있는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환하게 비춰주는 등대 같은 엄마. '나의 등대가 꺼졌다. 1934.5.11.-2020.9.17' 이라는 마지막 글을 보고 묵직한 슬픔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죠?'라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이미 전부터 금이 간 뚝은 한꺼번에 무너져버렸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라고 답하고 한참 동안 울고 말았다."
- 박광수 <엄마, 죽지 마> 56p -
시 중에서는 '너무 너무 너무'라는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큰 한방을 날린 부분이었다. 나는 저자와 같은 입장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닥쳐올 슬픔이기에 감정이 요동쳤다. 치매가 걸린 엄마의 정신이 잠시 돌아왔을 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음식 '무짠지'를 해달라고 했던 이야기에서는 결국 참지 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삐 풀린 눈물샘은 이후 펑펑 흘러내렸다.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삶이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의 죽음은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저자는 엄마의 죽음을 '조금만 쉬었다 다시 만나요'라며 쉼표 그림을 그려 넣었다. 다 읽고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