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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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소설들을 읽어온 필자다.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히는 속도가 과장하면 단편 하나 읽는 수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문장력이 뛰어나다. 개인적으로는 미려한 문구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리에 그 무게를 두고 있는 소설에서야 군더더기없이 말끔하게 빠진 문장들은 장점일 뿐이다. 마치 CSI의 증거물 분석 보고서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거의 '찍어내기'에 가까울만큼의 속도로 출간되는 그의 소설을 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기시감이란 전에 읽었던 듯 한 내용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드라이브를 하는데 풍경이나 날씨, 차와 옆에 탄 사람도 바뀌었는데, 같은 직선의 도로를 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마 처음 접한 단편모음이기 때문일까. 그 동안 읽어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안그래도 단편처럼 빠르게, 잘 읽히던 그의 소설이 심지어 실제 '단편'이니 조금 과장하면 광속의 속도로 읽혀버린다. 책을 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덮어야했을 정도니까.

반전은 늘 즐겁다

예전의 추리소설, 대표적으론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독자에게 의문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어찌보면 장르 자체가 '추리'소설이니만큼, 독자에게 추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어느 순간, 소설의 주인공이 추리를 하는 모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만큼 독자들의 눈이 높아지고, 추리력 역시 주인공을 따라잡아버리는 것이다.

필자가 늘 말하지만, 작가는 독자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 독자의 추리력이 높아지면, 작가는 꼴 수 있는대로 꼬고 꼬고, 꼬아서 범인을 감출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독자는 지쳐버리고 만다. 답을 찾지 못하게 해놓고 문제를 내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필자의 생각에는 바로 그런 시점, 작가가 '더이상 숨겼다가는 독자들이 포기해버릴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을 때 '반전'이라는 조미료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싶다.

작가는 계속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독자는 그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쫓아가다가 어느 순간 범인이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잠시간 멍 해지는. 그래서 '다음에는 속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다시 읽게 되는 승리욕의 재미, 그것이 바로 반전이다.

그의 반전이 달라졌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필자가 서두에 이야기한 '기시감'에 대해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조금 달랐다. 기존의 소설이 CSI라면, 이번 소설은 '청년 경찰'이나 '나쁜 녀석들'의 느낌이랄까. 갖가지 범죄가 판을 치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모두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일곱 개의 반전이 있다. 하지만 기존에 읽었던 그의 소설과는 달리 약간은 블랙 코메디적인 요소가 강했다.

기존 그의 기묘하고 약간은 '성악설'에 가까웠던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약간은 황당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마이너스 요소다. 실제 읽으면서 결말이 약간은 '허무'한 것도 있었다. '죽으면 일도 못해'같은.

그럼에도 모든 단편이, 상당히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고, 사건의 인과가 허투루 맺어지는 것도 매우 적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의 추리소설 팬이라면 새로운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읽기를 추천하고, 모르는 독자라도 한번쯤 이 작가의 구성력을 확인하는 기회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다만, 그의 모든 작품이 이 단편들과 비슷할거라는 예상으로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같은 책을 사지는 않기를.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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