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녀사 딱지 시리즈 2
이희원 옮김 / 두두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200p에 손바닥만 한 작은 책이지만 사실 반절 정도 분량만 읽으면 다 읽은 셈이다.

<비행녀사>를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단 비행녀사는 1926년에 발행된 소설이며, 이 책에 담긴 본문은 현대어로 번역학 책이다.

그래서 번역본이 반절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 반절은 해설과 원문이 담겨 있어 실제 106p까지가 책의 끝이라고 볼 수 있고, 비행녀사는 '비행기 운전하는 여자'를 뜻한다.

1926년에 발행되어 그때 당시 나름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나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100년 전 조상들이 즐겨 읽었던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과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전개가 빨라 스릴 있고 나름의 극적인 상황에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분위기에 한껏 취해 즐기다가 어느새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춘자의 이야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비행녀사의 줄거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욕심이 많았던 춘자는 시대와 맞지 않게(?) 협조적인 부모님의 서포트를 받아 공부 하기 위해 서울로 진학한다. 16살이 된 춘자는 결혼을 시키려는 세상을 피해 남장을 하고 이름마저 '장춘원'으로 바꾸고 우연히 금강산에서 만난 '김창록'과 의기투합하여 비행학교에 진학 후 계속하여 공부를 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

조선시대 여성의 위치에서 비행녀사가 되기까지의 여성 성공 이야기는 물론 김창록과의 로맨스, 시대에 맞지 않게 딸의 의견을 존중해 줬던 부모님 모습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이 없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100년 전 유행했던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필자가 읽기에도 재미있었고 '복숭아꽃 같은 얼굴, 별 같은 두 눈, 단풍을 이리저리 구경'과 같은 문체에서 풍겨오는 분위기와 아름다운 시적 표현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상엽홍어이월화'하는 가을 9월이라.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단풍이 한창이라 수를 놓은 비단 병풍처럼 아름다워 일등 화가도 붓을 댈 수 없을 정도이다.

<비행녀사 -6p>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나 이후 근대 소설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장에서 잊힌 작품군이라고 하는데, 이번 비행녀사를 통해 딱지본에 대해 새롭게 알았고,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떨까? 궁금해졌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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