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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그림책이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괴하다'라고.
책은 일반 책보다 2배 정도 큰 책이다. 양장본이라 튼튼하고 표지에 있는 아이의 눈과 마추쳤다. 이면에 있는 모든 페이지에 저 아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초상화들을 그린 그림 작가 잉그리드 고돈은 초상화들을 통해 인물들 마음속에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절제된 감정을 표현했다. 알 수 없는 표정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이며 시인이며 소설가인 네덜란드 작가 톤 텔레헨이 표현했다. 책 소개의 길을 빌려 말하자면 작가는 인물들의 가장 개인적인 생각과 욕망을 노련한 글로 풀어냈다고 한다.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듯 흡입력이 굉장히 좋은 작품들이다. 작품들을 보면서 초상화들을 보는 게 이렇게 흥미로울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필자는 먼저 초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 본 다음 톤 텔레헨의 글을 읽었다. '나는 인생이 무엇인지 알면 좋겠어요.', '내 생김새를 준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어요', '나는 끔찍한 일이 생길 때마다 바로 생각해요. 내 잘못이야.' 생각보다 자극적으로 표현한 글들이 많아 의외였다. 외모에 대한 걱정, 신에 대한 이야기, 행복 갈망, 욕망, 작은 바람들이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라고 묻고 싶었다. 세른 세 명의 초상화 중에는 '폴라'와 '비올레타'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친구들인데 기괴하고 웃음기 없는 그림 속 넓은 이마 위로 반듯하게 잘린 앞머리가 귀여워서였다.
책 소개 문구에는 '이상하게 우울하고 이상하게 희망적이며, 아름다운 책.'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우울하고 이상하게 희망적'이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아름다운 책'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미술적 소향이 적은 탓이겠지.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