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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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는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며, 이 소설은 60년 전에 출간된 책이나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제작되었다. 표지에 보이는 'nada'는 작품의 원제 이름으로 없다 無를 뜻한다.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 속 여성을 비춘 소설이라는 점이 의미가 깊다. 20대 초반의 저자 카르멘 라포렛은 이 책을 통해 실존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아무것도 없다의 내용은 내전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은 안드레아는 문학을 공부하겠다는 꿈을 위해 바르셀로나의 외갓집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는 안드레아를 반겨주지 않는다. 외갓집에는 큰삼촌과 작은삼촌, 할머니와 이모 등이 살고 있고 집은 너무나도 어둡고 칙칙하며 낡았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 전후 바뀐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 20대 여성의 삶, 가족의 해체, 그리고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희망을 품고 간 새로운 보금자리에 마주한 현실이 너무나 차갑고 날카로웠다. 어딘가 우울하고 이상한 친척들을 보며 실망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전 이후 억지로 참고 있는 무시무시한 아우성을 마주한 것만 같이 뚜렷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친구 에나라로 인해 안드레아는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면서도 자신과 다른 환경에 있는 에나라를 보며 자존감이 낮아진다. 하지만 일상의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안드레아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극복해간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무거워서 빠르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다루는 문단을 자꾸 곱씹게 되는 힘이 있는 글이다. 이 책을 통해 스페인 내전에 이후 서민들의 일상, 특히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적을 떠나 '전쟁 이후의 삶'이라는 것에 어딘가 우리의 역사 속 여성들의 모습과 닮은듯하여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언젠가 스페인을 가는 날이 오면 이 책을 상기하며 조금은 친근한 눈으로 바라볼 것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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