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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코봇이지만 외형이 같고 판단할 수 있으며 감정이 있다. 코봇 애일이 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여보, 내가 설명할 게 있어(...)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라고 말하는 남편 팀 스콧.
인간 애일은 5년 전 행방불명되고, 테크 산업계의 거물이자 인공지능 스타트 업 창립자인 남편 팀이 죽은 애일의 신경 파일을 가진 코봇애일을 만들어낸다. 애비의 삶을 이어 살던 코봇애일에게 어느 날 팀 스콧 회사의 동업자 마이크가 찾아와 애일이 행방불명 된 뒤 '남편 팀 스콧이 아내 살해 혐의 재판을 받았었다'라며 코봇 애일에게 경고한다.
감정과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코봇애비를 통해 독자들은 .
감정을 가진 기계를 어떤 존재로 봐야 하는지, 행방불명 된 애비게일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남편 팀을 믿어야 하는지 의문,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비밀을 감춘 듯한 주변 사람들, 헬러증후군을 가진 아들 대니와 기계 애바의 관계, 어떤 결말로 끝날지를 염두에 두고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봇애비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코봇애비를 "당신"라 칭하는 부분이 어색하면서도 그럼 '나'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중에서도 좋았던 점은 코봇으로 깨어난 애비가 겪었던 일들과 소감으로 하여금 간접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살색 고무를 벗고 투자자에게 상품으로 보여줄 때, 남편 팀이 입주 도우미와 섹스하는 장면을 보면서 질투하는 자신에 대한 역겨움과 자기혐오를 보며 필자는 잔인하다고 느꼈다. 존엄성이 없는 인간의 삶은 잔인한 삶이다. 더불어 헬러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로선 평생 경험하기 힘든 세상을 다녀온 기분이다.
애비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코봇애비의 모습 속에서 저자는 살색 고무, '그것'이라고 불리는 일, 문신할 수 없는 피부, 배터리 충전하는 모습 등을 통해 로봇이라는 점을 계속 상기시키고 각인시킨다.
한편, 팀 회사의 최대 투자자와의 비상회의를 하는 장면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깊이 생각할 문제를 짚어 주는 대목이었다.
로봇의 용도는 어디까지 인가? 감정이 있다면 영혼이 있는 것인가?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시간에 제약이 없는 기계를 이용해 영원히 늙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인간이 껍데기만 교체하며 살 수도 있는 긍정적인 의견 사이 독자는 자신만의 논리를 구축한다.
책이 꽤 두꺼운 편인데도 속도감 있고, 지루하다고 느낀 부분 없이 재미있게 봤다. 비밀이 많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보통 이런 소설은 끝 몇 페이지에 큰 반전을 숨겨놓는 식인데, 이 책은 소설 중간에도 크고 작은 반전이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책을 탐독할 수 있었다.
JP덜레이니의 전 작품 '빌리브 미'도 몰입도가 높고 스릴 있게 읽었었는데, 이번 작품 <퍼펙트 와이프>까지 재미있게 읽은 경험으로 앞으로 JP덜레이니의 신작이 상당히 기대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