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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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일기>는 시골마을 경남 마산을 배경으로 수녀원에서 일명 '닭 엄마' 수녀원들의 유쾌한 닭장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닭뿐만 아니라 두 마리의 개도 키운다.

책은 계절별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다. 봄부터 시작해서 봄으로 끝난다. 계절에 따라, 날자별로 일기식으로 써내려진 책은 따뜻한 봄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온기가 있고 유쾌하다. 제목이 닭장 일기인 만큼 일기에 적힌 내용도 주로 닭이 커가는 모습과 닭과 함께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인데, 닭을 돌보면서 '한 인생을 마칠 때까지 살아간다는 것은 피차에 파란만장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수녀님이 마음과 더 나아가 사람 인생사를 돌아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큰 닭들과 병아리들이 우우 몰려드는 모습, 낡은 솥에 음식을 끓이는 모습 등 시골 닭장 이야기가 뭐 그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마음이 울적할 때, 사람에 지쳤을 때, 시골이 그리울 때, 소소한 일상 속에 귀여움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책이다. 배경이 시골이다 보니 그곳에서 오는 푸르름의 그대로 전해지면서 어릴 적 나고 자랐던 시골 향기가 난다. 특히나 종종 그려진 그림이 서정적이라 더 귀엽고 집중하기 좋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분위기에 유쾌함이 더해진 분위기를 상상하면 맞을 것 같다.

저자가 수녀라는 것도 놀랍다. 수녀가 지은 책은 처음이다. 재미없고 도덕 선생님 같을 것만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쾌하다. 가령 '진동이 녀석은 어제 춥다고 다시 깔아 준 담요를 밖으로 끌어내서 물어뜯고 있었다. 진동이는 과연 개새끼였다.'와 같은 글귀는 웃음을 자아냈다. 이게 정말 수녀님이 작성한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한 책이다. 종종 종교적인 부분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교인 내가 봐도 무관할 정도로 종교와 관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삶에 길을 잃고 번아웃이 된 이들에게 수녀님이 쓴 닭장 일기를 가볍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힐링 된다. 덤으로 닭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인생사 깨달음은 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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