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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이라는 주제 아래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한 다양한 형태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신혼부부 그리고 다자녀 특공을 위해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이야기인 (어쩌다 가족),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들을 위한 감정 호르몬제 (마더 메이킹) 개발 이야기,
400년 잠에서 깨어난 흡혈귀 선녀의 집사 스카우트 이야기를 담은 (피도 눈물도 없이),
난임 센터에 다니며 노력하지만 전셋집 주인은 육아 금지 조건으로 계약을 원하는 이야기 (판다가 부러워),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받기 위해 찾았더니 뻔스럽고 무능력한 아버지였고 더불어 이복자매까지 나타난 (가족의 발견).
일곱 가지 각자 다른 사연을 담은 이야기는 꽤 이면서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모성애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더 메이킹 같은 호르몬제를 맞으면 어떨까 하는 비슷한 상상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마더 메이킹이 가장 재미있었다. 호르몬으로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게 지금 과학 기술로도 가능하겠지만 비인도적이라 개발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세상이 와서 인간의 감정이 통제된다면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되지 않을까?
첫 번째 이야기부터 막장 전개가 두드러진 어쩌다 가족은 두 부부를 교환하여 재혼하면서까지 해서라도 안정적인 집을 취득해야만 하는 의지가 왠지 씁쓸했다. 가족의 발견에서는 비로소 찾은 아버지가 뻔뻔한 짐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답답하다가도 끝에는 놀라운 반전에 반전까지 더해져 꽤 놀라웠다. 그런 식으로 결말이 날 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지막엔 놀라움에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나는 자매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기에 곧이어 이해했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의아하다. 아버지는 어떤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살아왔을지 문득 궁금했다.
모성 호르몬, 부부 재혼. 이런 기발한 상상력을 했을까 싶기도 하는 한 편, 어쩐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실현 가능성 높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소설이고 가상이지만 어딘가 낯익은 현실이 보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이해된다.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사는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현실과 달리 우리의 이상이 너무 높아진 것인지 고민해본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기에 진부한 주제가 바로 '가족'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새로움을 안겨준 '어쩌다 가족'을 나는 참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