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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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다.

각자 상처와 비밀을 지닌 채,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단,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의 나'라는 것과 각자 이전의 곳에서 있었을 '비밀' 그리고 같은 사건 속에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다른 타인이 보는 또 다른 시각을 다뤘다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유난히 보고 싶어 했던 이유다. 딱 내가 좋아할 이야기를 다뤘을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혹시 하고 읽어봤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처음 기대했던 느낌을 넘어서 작가는 나를 충만하게 해주었다.

'외계인 게임'에는 이 등장한다. 각자의 이유로 이다. 목차는 등장인물들이 차례대로 등장하며 꼭지마다 당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제목인 '이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리 없을 법한 사건이 지금 일어난다는 가정하에 나는 어떤 결정을 할지 선택하고 공개하고, 그중에서 소수 의견을 낸 사람이 외계인이 되는 게임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한 외계인 게임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게임을 참여한 인원은 5명뿐이지만 뻔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이유들도 꽤 설득력 있어서 재미있었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참여해봤는데 처음에 선택했던 것과 반대되는 의견을 낸 이유를 읽어보니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외계인 게임은 각자의 사정과 입장이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순간이었다.

소설 속 배경인 파키스탄 훈자에서 오는 이미지처럼 몽상적이지만 한편으론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오후 이야기에 슬퍼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했고, 감정을 모르고 어중간하게 남들 따라 하면서 살던 전나은이 마지막에서야 진짜 웃음을 지었을 때 아슬아슬했던 줄타기를 내려온 기분이었다. 소설가로서 현실적으로 가장 노릇을 못하고 결국 이혼에 이른 최낙현을 보며 불편하고 씁쓸했다. 아내가 왜 이혼을 선택했을지 충분히 이해되었다.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남하나이야기다.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일들이 우물 안 개구리인 내가 보기엔 다소 충격적이었다. 자극적이고 성행위에 대한 내용이 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흥미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일을 한다는 것과 돈을 번다는 것 사회에 있는 불편한 면모 등을 생각해 보기도 한 남하나의 삶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 인물 중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은 보수적인 김설이다. 김설이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가치관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 김설 이야기는 소설 같지 않은 편안함 마음으로 읽었다.

파키스탄 훈자에 온 이유는 무엇인지, 한국에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고민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이곳에서 서로를 어떤 시선으로 생각하며 보고 있는지 호기심이 많이 깃든 눈으로 읽은 소설이었다. 각 이야기에 놀라운 반전이 있고, 지루함 없이 읽었다. 쉬는 날 하루 동안 책을 손에 쥐고 참으로 재미있게 보낸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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