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지음 / Storehouse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 소개 글에는 교정기에 낀 시금치라는 웃픈 상황이 연상되는 글로 분명 유쾌함을 자아냈는데..

난해한 책이다. 분명 읽었는데 내용을 잘 모르겠다.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닌 게 분명하다. 자극적인 단어들만이 생각난다.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 읽고 나면 잔상이 남는 글이다. 결말은 없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게 고전을 읽을 때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가지를 많이 쳐서 놓치기가 쉽다. 작가는 자기만의 세상에 나를 초대한 것만 같았다.

'낀'에서는 5개의 단편집이 수록되어 있고 책 자체도 얇아서 읽기는 금방 읽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용실에 앉아 봤는데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가장 좋았던 단편집은 제일 처음 등장하는 '냉탕에 백룡'이다. 냉탕도 알고 백룡도 아는데 냉탕의 백룡은 뭘까?(교정기+시금치서 부터 작가의 엉뚱함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소설 첫 문구가 '대구바다'다. 이게 소설이라서 대구바다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을 했는지 뭔지 정확히 알아내는 데만 소설 반절을 지나서야 알았다 ㅎㅎㅎ (대구바다는 목욕탕 이름이었다;) 내용이 참...불편하다. 소설 속 구술하는 사람은 12살 소년이다. 형은 집을 나갔고 공사장에 다니는 아버지와 찜질방에서 살고 있다. 짧을 소설 속 이 아이에게 온갖 불행이 닥친다. 성폭행, 형의 교도소, 아버지의 죽음..주변에 누구 하나 손 내미는 사람 없이 결국 혼자가 되는데 말투가 참 담담해 더 참담하고 먹먹하다. 사회가 어린아이에게 너무 큰 죄를 짓는 것만 같다. 소설 속 등장하는 아버지의 말처럼 '사람이란 게, 참 잔인하구나'라는 말이 계속 되뇌어진다.

있었습니다. 믿겠습니까? 등의 말투로 마치 독자와 대화하듯 이어지는 단편집도 있는 한편, 독백처럼 보이는 글도 보인다. 나한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세상이었지만, 충분히 독보적이고 매력적이었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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