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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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많은 스릴러에서 채용하는 소재중에 하나는, 흔히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 불리는 정신이상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극히 지능적이며 합리적이지만 타인의 감정 혹은 인간의 본질적 동정심 등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라 하겠다. 소설속 범인인 '그'는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살인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범인은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본인의 나약함에 분노하고 자괴감을 느꼈지만, 아버지를 살해하면서 본인의 나약함에 대한 후회보다는, 타인의 나약함에 대한 분노로 전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면서 타인의 나약함, 비열함에 반응하는 살인마로 변해버린 것이다.

살인자의 일기장

큰 챕터의 앞부분은, 누군가(범인)가 본인의 일기장을 읽어주며 상담을 하는 듯한 내용이 전개된다. 대부분은 살인의 이유, 과정, 결과에 대해 이야기가 되고, 상담자는 '전혀'라는 대답으로 상담내용에 응대한다. 일반적인 부분이라면 상담과정은 범죄의 고백이며 자백이기에 고발당해야겠지만 상담자는 마치 살인의 공범인 양, 그 살인이 정당하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 흐름은 결국에는 범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기술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상담자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기묘한 느낌을 준다.

한 명문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성급히 종결된 사건에 의문을 품은 기자와 언론인이 그 사건을 파헤치면서 다시 살인사건 현장에서 당시 사건 관계자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의문을 품고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던 중, 사건 해결의 열쇠로 등장한 범죄심리학자 레이와, 강박증, 편집증 등을 문제해결에 기술로 삼는 로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은 놓쳤던 증거들과 과거 사건들의 흐름이 한 곳에서 만나 범인이 드러나게 되고, 위기 속에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

범인의 일기상담과 과거 사건 당시의 흐름, 그리고 현재 사건을 쫓고 있는 자들의 각각의 시점에서 시간이 동시다발적으로 기술되면서 독자는 급류에 휩쓸린듯 긴박하게 책을 읽어가게 된다. 실질적으로 범인이 있다는 것과 자살이 아니라는 점,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 간의 비밀, 그리고 그 비밀 때문에 벌어지는 교묘한 트릭이 모여 한동안은 전혀 범인에 대한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다만, 고먼이 범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는 것만 알 수 있다.) 필자도 나름 추리물을 많이 읽었다곤 하지만 감도 잡지 못했다. 거의 종반부에 가서야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했을 뿐. 그런 의미에서는 꽤나 잘 써진 소설임에 분명하다.

소설이란, 작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

하지만 꽤나 잘 써진 소설임에도 무조건적인 칭찬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소설은 작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영화 등에서 꽤나 많이 봤을 것이다. 1. 지능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마. 2. 희생자들 3. 희생자들의 치부 4. 범인의 지능 + 희생자들의 치부로 인해 감춰진 진실 5. 천재 등장 6. 밝혀지는 진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읽는 내내 저런 스토리 라인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그 표현력과 서술구조는 매우 뛰어난 것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작가가 유리한 게임에서 작가가 너무 자신의 패를 감춰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개인적으로, 절대적인 악 즉,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의 등장은 그렇게 즐기지 않는 편이다. 물론 작품 내에서 범인의 유년기 가정폭력에 대해 표현이 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범인에게 기폭제가 될 뿐 애초에 일반적인 아이라면 그렇게 대응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고해서 모두 연쇄살인마가 되지도 않는다.) 모든 사건에 인과관계가 있게 마련인데, 사이코패스의 등장은 그 모든 인과관계를 깡그리 무시해버린다. 대부분 그렇게 되면 설명이 부족하게되고 소설에 대해 독자가 의문을 갖게 되버린다. 혹은, 필자가 아직은 기본적인 휴머니즘을 믿고 싶은 알량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나 읽고 싶어서 신청하였고 솔직히 작성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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