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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저자 트렌트 돌턴은 호주에서 영향력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우주를 삼킨 소년' 소설 한 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은 작가이다. 데뷔작인 '우주를 삼킨 소년'은 작가 본인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표지가 참으로 예쁘게 인상적인 책이다. 여러 가지 색감을 담아 표현한 소년이 제목과 잘 어울린다. 예쁘고 두꺼운 이 책은 다산책방에서 펴냈는데 나에게 다산책방은 리즈머리의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에 이어 2번째이다.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역시 재미있게 본 터라 '우주를 삼킨 소년' 또한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최악을 치닫는 삶 속에서도 '좋은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12살 소년 엘리 벨의 성장기이다. 엘리벨 주변에는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어른이 하나도 없다는 점, 엘리 벨은 어른과 같이 너무나도 성숙하다는 부분이 겉보기에는 모순되는 것 같으나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
소설 처음부터 뜬금없이 등장하는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케이틀린 스파이스'라는 이상하고 기묘한 주문을 자꾸 외워 혼란스럽고 궁금했다. 읽는 내내 저 주문은 앞뒤 상관없이 계속되고 저 주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 하나의 미션처럼 책을 읽어갔다.
책 제목인 '우주를 삼키다'는 뜻 또한 하나의 미션이었는데, 세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표정을 읽는 방법, 비언어적인 것에서 단서를 최대한 많이 정보를 뽑아내는 방법, 바로 눈앞에 있는 말 없는 모든 것에서 말없이 이런저런 것을, 알려주는 모든 것에서 감정 표현과 대화와 이야기를 캐내는 방법을 항상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것, 그냥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그것을 알려주고 표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실어증에 걸린 형이고 그런 형의 말을 말없이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엘리 벨을 가리키는 것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세세한 것을 다 보고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그가 입은 티셔츠 모양이라던가 그 풍경과 상황을 정확하게 스캔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 자체는 은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풍부하며 모든 상황과 언어에 단서가 담겨있으나 번역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장 흐름이 껄끄럽다는 것이다. 분명 원문으로 읽으면 우리가 처음 3D로 아바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 확신한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