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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자세 ㅣ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줄거리에 대한 아무 내용 없이 그저 창비에서 출판한 책이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한 서평책이다.
'이완의 자세' 줄거리는다. 배경이 되는 여자 목욕탕은 읽는 내내 미묘하고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게 한다. 목욕탕은 계급장을 떼고 알몸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으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그곳에서도 몸매 관리, 재테크, 자식 교육 따위로 엄연히 서열과 위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새삼 놀라웠다. 또한 오회장의 유방암 수술로 한쪽 가슴을 적출한 채 목욕탕을 나오던 일을 기점으로 그동안 출입을 하지 않았던 유방암 수술을 한 여자, 장궁 적출 수술, 관절 수술을 경험한 여자 등이 출입하면서 변화를 맞이하는데 이를 통해 '정상'이라 여기는 몸을 가진 사람들만 자신 있게 벌거벗은 채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란 게 눈에 띄었다는 말에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했다.
여자 목욕탕이라는 배경, 한 부모 가정, 세신사로 일하는 엄마, 츤데레 오회장,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자기 삶을 살고 있는 발레학원 원장, 불자지 만수까지 왠지 있을 법도 한 이야기에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애정이 간다. 가공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고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다.
엄청난 반전이 있고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담백하고 솔직하다. 작가가 글을 맛있게 써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재미있었으며 길지 않은 양에 금방 읽는다.
삶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경직된 사람들에게 온탕의 부력을 이용해 두둥실 떠 이완할 수 있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