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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티핑 더 벨벳'의 뜻은 를 말한다.
오, 이건 진심인데 긴가민가는 했지만 '티핑 더 벨벳'의 뜻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정확히 알았고, 나는 아차 싶었다 ㅋㅋ미리 알았다면 좀 더 조심스럽게 책을 들고 다녔을 텐데 ㅎㅎㅎ (내가 누굴 만났더라..)
이렇게 긴 소설을 읽다 보면 주요인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풀이하기 때문에 주요인물에게 애착이 가지는 것이 평범한데, 오히려 가족과 언니가 있는 윗스터블이나 밀른 부인 하숙집을 외면하는 낸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밉다. 왜 그렇게 가족이나 지난 인연들에게 무심하고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윗스터블을 떠나는 날 아버지가 1파운드 금화 여섯 개를 손에 쥐여주는 장면을 몰입해 보다가 아빠가 생각나 눈물을 쏟았다.
실제 낸시 같은 레즈비언이 이 책을 본다면 얼마나 공감할까? 소설 속 내용을 레즈비언은 이렇기도 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읽으면서도 이것을 소설로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도 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저자인 세라 워터스가 레즈비언이 아니라서 오히려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책으로도, 영화로도 접했던 'call me by your name'도 인상 깊게 봤었다. 이런 이성애를 다룬 문학을 통해 내가 좀 더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개물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이 자아를 찾고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 머지 않음을 안다.
'티핑 더 벨벳'은 2002년에 BBC에서 3부작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하지 않아서 나는 소설을 읽다가 중간중간 유튜브로도 티핑 더 벨벳을 봤다. 그런데 드라마는 책보다 훨씬 퀄리티가 떨어지고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 많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600페이지가 넘고 깨알 같은 글자 크기에 비해 책에 눈을 잡아두는 힘이 있다. 짜릿하고 자극적이긴 하지만 억지스럽거나 특별히 반전이 있지는 않다. 나는 티핑 더 벨벳을 보는 시간이 길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단어들이 자극적이고 적나라해서 자칫 야설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이 오기도하지만 레즈비언을 다룬 것을 떠나 한 사람이 일생동안 겪은 사랑이라는 마음을 훔쳐보는 시각으로 봐도 좋을 그런 소설이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나 읽고 싶어서 신청하였고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