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정명섭 지음 / 북오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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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마, 모든 스릴러에서 반전이라는 요소를 빼버리면 그건 소금 없는 음식과 같을 것이다. 식스센스였던가. 웬만한 스릴러 영화에서 반전이라는 요소가 필수가 되어버린 건 그 이후였던 것 같다. 기존의 스릴러들이 사건의 발생과 전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고 장막이 걷히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수순이었다면 그 이후 웬만한 스릴러들은 기본적으로 사건, 전개, 클라이막스, 해소. 된 듯 하다가 반전, 해소의 순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언제나 슬로우 스타터다. 처음에는 분명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감동적이었던 그런 연출들이, 어느 순간부터 식상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제 '필수'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억지로' 반전을 끼워 넣으면서 더욱 독자들은 실망한다. 마치 반전 5페이지 (혹은 1페이지)를 읽기위해서 앞의 200페이지를 읽은 것처럼, 책을 덮고나면 의미없는 피로함에 빠지는 것이다.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물론, 주인공이야 72시간 동안 본인의 누명을 벗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강형모가 맞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허술함은, 아직 누구도 그에게 누명을 씌우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즈레 본인의 다른 상황과 결부시켜 시체 3구를 옮기고, 숨긴다. 그리고는 퇴물 배우로써 실제 범인을 잡아내겠다는 약간은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다. 최원준은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겨우 사귄 지 하루된 다슬이를 찾겠다고 가택침입이라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모든 행위에 인과관계가 허술하다. 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오히려 반전이라고 내세운 살해동기가 어찌보면 되려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 상식적인 살해동기에 대한 설명은 책 전체를 통틀어 2페이지 이내이다.

말해주지 않는 반전은 그저 속임수일 뿐

반전에 필수 요소는 누가 뭐래도 복선이다. 종국에 가서 장막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한 관객들이 다시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수많은 장면 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범인의 감정과 사연을 되짚어 무릎을 쳐야 그것이 반전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복선을 볼 수가 없었다. 두어번 등장한 범인의 모습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준이었고, 엑스트라로 치자면 대사, 아니 심지어 어떤 표정연기도 없는 단역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그런 등장인물이 마지막 몇 페이지 내에 범인으로 탈바꿈해버린다. 물론, 범인이 될 소지는 충분하다. 여러모로 살해동기는 갖추었다. 하지만 서미진이 살해당하는 이유, 정황, 용의자 목록에서 그들은 처음부터 제외되어 있다. 아니, 작가가 제외시켜버렸다. 어찌보면 작가는 독자에게 범인이 누군지는 말하고 싶지 않았거나, 혹은 강형모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액션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말하는 걸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강형모가 박슬기에게 찾아갔을 때 꾸는 꿈. 실제로는 강형모가 죽였다는 그 장면이 오히려 반전으로 효과적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반전은 또 이미 여러차례 나왔던만큼, 작가로써도 피해야했을 것이다.)

소설보단 시라니오에 어울리는 소설

일전의 더 드림팀이라는 소설에서 느낀 바와 비슷한 면을 느꼈다. 잦은 독백, 과도한 배경 설명과 많은 액션신은 소설에는 그렇게 어울리는 면은 아니다. 스릴러라면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에 대한 묘사 등이 더 중점적으로 쓰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위의 요소들이 주를 이루는 이 소설은 되려 시나리오로 쓰이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을 만나거나, 혹은, 반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은 당연해 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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