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and Prejudice 오만과 편견 세트 - 전2권 - 한글판 + 영문판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9
제인 오스틴 지음, 이성미 옮김 / 반석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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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우리의 생각보다 여성으로서의 인격이 인정받은 시기는 그렇게 멀지 않다. 근현대에 들어서야, 심지어 민주주의나 인종차별적인 문제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발생하고나서야 여성인권운동이 일어났다. 혹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물론,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읽기위해서는 일단 그러한 배경을 기저에 깔고 가야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다. '그 시절' 여성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엘리자베스는 편견이 있었는가

소설의 시작에서 가장 주요한 사건은, 유수한 가문의 남성이 이사를 온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엘리자베스네 다섯 자매 중 누구하나는 신랑감을 찾게 될 거라는, 현 시대적 상황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엘리자베스의 집안은 재력이나 명예나 혈통에서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고, 막 이사온 빙리와 사랑에 빠진 제인의 결혼은 힘겨운 일로 치부되어 친우인 다아스의 판단으로 중도포기의 위기를 맞는다. 엘리자베스는 집안의 재산권과 관련하여 이득이 될 결혼을 미루다가 친구인 샬롯에게 집의 상속권을 넘겨버리고 만다. 리디아는 사기꾼에 속아 야반도주하지만, 집안의 치욕을 막기위해 베넷가에서는 비용을 줘가면서 둘을 결혼시킨다.

전체적으로, '그 시절'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읽는 내내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이 저렇게 움직이는지,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판단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엘리자베스는 주인공임에도 딱히 빼어난 면이 없다. 엘리자베스의 짝인 다아스 역시, 처음의 그 오만함을, 그것도 어느순간 엘리자베스의 쾌활함에 빠졌다는 이유로 급선회하며 개과천선 한 듯 버려버린다. 베넷씨는 (현대에 와서는 너무나 흔한 '잘 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저 시대에는 과연 존재하기는 했을지 의문스러운 이상향이나 통달한 선인같은 모습이고, 제인이나 다른 주변인 역시 단순히 상대의 재력, 권력, 혈통, 명예에 기반한, 몇 번의 만남과 대화만으로 깊은 사랑에 빠져버리거나, 사랑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엘리자베스는 과연, 편견을 갖고 있던게 맞는가.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믿는 오만은 확실하지만, 오히려 엄청난 재력에 귀족인 다아스에 대해 오만하다고 판단한 것은 단순히 편견이 맞는가.

여류작가의 희망사항?

정확한 시대상을 모르는데다, 작가가 살아간 인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판단하기에는 좀 비약이 심할 것 같지만, (이것이 편견이고 나의 오만일 듯 하다.) 전체적으로, 역시 이 소설이 고평가 받는 이유는 그것이 고전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이러한 소설의 내용 자체를 상상마저 할 수 없을 때 글로 써 내려간 사실이 위대한 것이다. 이 작품을 현대에 와 단순히 소설로만 맞이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 시대 그저 재력가의 잘생기고 멋진 남성과 짜릿하고 운명적인 연애를 그린 소녀의 상상연애소설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편견이고 나의 오만이다.) 하지만, 고전은, 역시 그 시도 자체가 인류에서 최초나 진배없음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재에 와서 연애라는 주제는 너무나도 많은 방식과 경로를 통해 생산되어지고 있는데다 양, 소재, 작가의 성향마저도 너무 많아 거기와 빗대자면 오히려 구조나 반전, 복선 등에서는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대략 2백여년 전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혁신적이다 못해 혁명적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작품의 값어치는 따지기도 힘들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을 계기로 영화화된 오만과 편견을 감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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