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들어가는 말

모든 사건은 애증에서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데에 애정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모두를 불행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애정이란 것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팽배해있는 이유로 식상하기도 하다. 모성애가 집착으로 발현되고 성공에의 욕망이 비뚤어진 애정으로 변질되고 가정에의 사랑이 불륜을 묵과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사건의 시작은 애증이다.

사랑과 전쟁, 작가들이 대단하다.

가능하면 스포일러는 하고싶지 않지만, 이건 스포일러를 하지 않을 수 없을만한 소설이다. 우리가 일요일 밤마다 보아온 그 사랑과 전쟁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그런 스토리다. 그래서 어찌보면 식상할 줄거리가 역시나 흥미롭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감은 없지만, 역시나 그 몰입감은 대단하다. 내 사랑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어야하기에 다른 이의 불편한 사랑만큼 흥미로운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과 전쟁의 작가들은 대단하다. 어쩜 그리도 많은 사랑들을 불편하게 이끌어내는가. 그리고 더 대단한 건 현실의 우리들이다. 어떻게하면 그 소설같은 사건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느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대단한 작가이다.

어긋난 모성애인가, 비뚤어진 욕망의 종착역인가.

제목과 첫 문단에서 보여주는 내용에서 내가 예상했던 것은, 비뚤어진 모성애로 결국은 아들의 여자친구를 죽이지 않았나라는 것이었다. 상류사회의 성공한 아들. 운동, 공부, 성품. 그 어느 한 면에서도 빠짐이 없는 아들. 게다가 첫 아이를 사고로 잃은 어머니. 게다가 남편은 20여 년 간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그 불륜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서로 묵인하는 상태에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 아들이 여러모로 '빠지는' 상대를 데려왔을 때 그런 어머니의 반응은 우리가 사랑과 전쟁에서 많이 봐오던 결말을 예비한다. 하지만 예상외로 로라는 그런 체리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체리가 가진 비뚤어진 욕망을 로라가 느끼면서 의심은 늘어가고, 이미 젊은 사랑에 빠져버린 대니얼의 눈에는 그런 어머니의 의심은 어긋난 모성애의 집착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체리의 비뚤어진 욕망이 드러나고, 로라가 잡을 수 있었던 것을 잡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종막을 알린다.

사랑과 전쟁. 역시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중반 이전까지는 전개가 너무 평이하다. 스릴러에 가까운 소설임에도 약간은 휴먼소설 같은, 가족애의 성장소설같은 느낌이었달까. 첫 아이를 갑자기 잃은 어머니와. 아들에의 집착. 아들의 여자친구에게서 첫 아이의 기억을 들춰내는 어머니와. 그런 상황과 관련없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한번 놓친 뒤 찾아온 대니얼을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체리. 거짓이 거짓을 낳고, 어느 순간 거짓을 지키기위해 다른 이의 입을 막는다. 전체적으로 짜임은 탄탄하다고 평할만 하지만,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다. 로라가 첫 아이에 대해 체리에게 투영했다면, 로라의 체리에 대한 거부감이 이해되지 않는다. 체리의 야욕에 비해 여전히 어머니와 연락을하고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사랑과 전쟁이었다면, 애초에 체리는 어머니와 연락을 끊었어야했고, 보통 극 중 갑자기 우연에 의해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거짓말에 위기가 찾아왔을 것이다. 아! 얼마나 대단한 작가들이냔 말이다.) 그나마 대니얼이 겪는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환경에서 자란 아들들이란 마마보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감정에 매우 민감하기 마련인데, 그걸 무시할 정도로 체리가 매력적인 것이라면 애초에 니컬러스를 이용한 체리의 신분상승이 실패하지도 않았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극적인 사고로 거의 반년이 넘는 기간을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대니얼이 + 극적으로 의식을 찾고 + 극적인 노력으로 원래의 건강을 그대로 다시 찾는 과정은 정말, 극적이다. 너무 극적이라 극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사랑과 전쟁이었다면 저런 극적인 사고 없이도 반년에서 일년정도는 어머니가 충분히 둘을 떼어놓았을 것이다. 돈봉투는 기본이고.)

솔직히 전반은 조금 지루한 편에 속한다고 하겠다. 극초반 사건을 예상한 듯한 단락이 나온 뒤(난 이때 어머니가 분명 체리의 야욕을 알게되고 일련의 사고로 죽였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저 모두의 만남과 배경, 감정선 등을 설명하느라 페이지를 많이 할애했다. 하지만 역시 스릴러인 만큼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뭔가 페이지가 잘 넘어갔다. 하지만 결말은, 사랑과 전쟁에 비하면 조금 약하달까. 로라가 마지막에 잡았어야할 것을 잡지 않음으로해서 종막을 알려버렸지만. 개인적으로 나였다면 로라가 그것을 잡아버림으로써 오히려 다른 의미의 '추락'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추락이 더욱 비참한 복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조금 남는다.

킬링타임용으로 충분히 흥미로울만한 소설이고, 특히, 어머니가 본인의 연애를 반대한다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권한다. 본인이 모든 것을 감내할 준비(부모님을 포함한 모두와의 단절을 포함해서)가 되어있지 않다면 어머니의 반대를 한번은 고려해봐야한다. 그것이 단순히, 비뚤어진 모성애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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