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199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아침.. 하루를 시작하기위해 눈을 떠 기지개를 펴는순간 자신의 다리가 수갈래로 갈라져있고, 등에는 단단한 껍질이 고정되어있으며, 입가엔 더듬이가있는 '말똥벌레'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일지 모르나 이 사건은 그레고르라는 한 청년에게 일어난 '소설속의 실제상황'이다. 소설 '변신'은 이처럼 괴기스럽고 황당한 '프롤로그'를 독자에게 선사하고있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오직 일밖에 몰랐던 평범한 세일즈맨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신해버린 자신의 모습덕분에 직장에선 해고당하고 가족에게서마저 뜻하지않은 버림을 받게된다.

물론 최초 며칠간은 누이동생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간사해서 설사 그 벌레가 (자신을 음대로 보내기위해 크리스마스이브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그 착하고 순수했던)오빠였을지라도 현실앞에선 모두 허상임을 몸소 깨닫게된다. 급기야 오빠를 죽여야한다고 부모를 설득하게되면서 비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는데...(그래, 그럴수도 있다..)

역시 '인간존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것이, (너무도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이 세상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 벌레같은 대우를 받는 인간이, 벌레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 카프카는 그러한 세상의 모습을 한 인간이 진짜 '벌레'로 변해버림에 따른 존재의 '가벼움'을 깨닫고, 천륜이라 일컫는 가족관계마저도 '돈'이라는 드높은(?) 가치앞에서 상실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것이다.(그레고르가 유일한 '수입원'이었기에 그의 변신은 징그러운 외모가 던진 충격이상으로 재정상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가한것이다..)

결국 그레고르는 고의로 단식한 끝에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그동안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그레고르의 죽음앞에서) '희망'을 논하고 웃음까지 머금으며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했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무덤조차 없는 한마리의 '벌레의 죽음'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정말 인간은 인간이기때문에 인간다울 수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은 비록 '인간'일지라도 내일은 '벌레'로 변해버릴 수도 있는 이중성은 가족의 사랑도 희망과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도 모두 허위일지 도 모를것이란 불안감을 조장해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판.변신 홍신 엘리트 북스 24
프란츠 카프카 지음 / 홍신문화사 / 1992년 8월
평점 :
절판


카뮈와 사르트르라는 '실존주의'의 대가들이 칭송했던 카프카의 대표작이다. 인간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와 삶의 부조리에 대해 상당히 건조한 문체로서 독자를 혼란스럽게하는 (중독성이 다분한)소설이라 '일단은' 생각된다. 나 역시도 책을 덮은 지금까지 소설의 잔인한 후폭풍에 정신을 차리지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갑작스러운 소송사건에 연루되면서 평소와는 다른 아침을 맞이하게되는 요제프K라는 인물은 자신을 중상한 이가 누구인지도모르고, 자신이 상대해야하는 그들의 존재역시 감조차 잡을 수 없는(이것이 부조리라면 그렇다고 해두자!) 상황에 처하게된다. 하지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위해 심적인 갈등을 감내하고 불철주야로 수소문해야만하는 그의 어쩔 수 없는 입장... 상식적으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 어지러운 사건을 난(또는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할뿐이다.

이처럼 허구같은 진실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카프카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글로 현실을 도외시하는 따위의 공상에 집착하진 않는다. 인물의 심리묘사나 등장인물간에 나누는 대화따위에서 충분히 그러한 작자의 능력을 감지 할 수가 있다.. 그러니 '정확하면서도 모호한'글이 바로 카프카의 소설이라 생각되는것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을 이해하기위해선 안일하고 피상적인 사고가 아닌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접근이 필요하다...

요제프K는 결국 '종말'을 맞이하게된다. 죽기전에 그가 던진 그 수많은 질문들은 우리가 일상이라는 포근함에 묻혀 흘려보내는 모든 그 무엇들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삶의 무상함이라는 일상적인 진리와 함께 묻어나오는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한 회의, 개인과 집단간의 부조리한 관계의 영속성같은것들말이다...

31번째 생일 전날에 맞은 요제프K의 최후라는 '반전'은 그 자체가 이미 '흥미'나 '묘미'가 아닌 (남일같지않은)'현실'이라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는것은 이 소설이 그만큼 '허위'를 가장한 '진실'이라는 테두리를 지녔음을 증명하는것이라본다.

과연 요제프K는 어떤 죄를 지었을까? 그는 정말 무죄였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박정희'라는 사람이 18년동안 집권했던 당시상황을 겪어보진 못했다. 그래서 나역시도 보수세력들이 열심히 준비해 둔 '박정희 찬양'교육을 (불가피하게)받은 세대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왜곡되거나 미화되는순간 역사로서의 가치와 품격이 절하되는것임을 상기해볼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박정희라는 인물에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동경(내지는 존경심)같은것도 교육과정의 한계에 가려진 이면의 어두운면을 파악하지못함에서 온다는것을 잊어선 안될 것 같다.

박정희는 21세기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영웅'이전에 이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의 가치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탄압한 '독재자'였음도 알아야한다는것이다.

이 책은 박정희가 민족주의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자체가 '답'이 없는 가설임을 환기시키고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정권의 수장임은 인정하되 그 내막의 오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에 그를 '반동적 근대주의자'로 규정하며 시작하고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새마을운동을 통한 경제발전의 치적을 박정희 한사람에게 돌린다는것은 엄연한 역사의 왜곡이라 단언한다. 즉, 그것은 70년대 노동자들의 피땀과 미국이라는 경제대국의 지원과 간섭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데 무게를 더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순신을 신격화하고 세종대왕의 황금시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던 박정희의 전통문화복원정책은 그 근본취지가 이미 자신의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집권연장의 야욕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 문화사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높은점수를 줄 순 없다는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요컨대 이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축이었던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하여 감상적이고 맹신적인 '추종'이 아닌 진실을 향한 비판적역사성찰을 통하여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아보자는데 뜻을 두고있다. 나 역시 작자의 그러한 의도에 '매수'되었음을 시인하는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 신호등 -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성찰의 거울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 시대의 두뇌' 홍세화씨가 99년5월부터 2003년4월까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을 종합, 편집하여 출간한 '글모음집'이다. 대한민국사회의 수구-보수세력의 허상과 그들의 무소불위권력과 뻔뻔스러운 오만함등을 날카롭게 고발하며 비판하는 글들이 책전체를 도배하고있어 흥미로웠고 속이 후련할정도로 통쾌했다.

'좌파', '좌익', '사회주의'라는 시각에 국민대부분이 일상적인 반감을 가지는것도 역시 군사독재시절부터 강요되어왔던 '국가주의교육'의 철저한 세뇌덕분이라고 홍세화는 말한다. 전적으로 옳은말이다. 국민교육헌장을 비롯한 반공의식, 체제순응, 국가경쟁력강화라는 대전제하에 강요되는 가지지못한자의 굴종과 물신숭배사상의 그늘에 가려 정작 중요한 사회비판의식과 도덕적인자아성찰의 교육기회는(내 기억으로도)12년 학교생활동안 단 1시간도 배워본적이 없다는것이다. 덧붙여 그는 사회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교육과정이라 단언하고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제시하는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국민들의 무지와 기억상실증을 온상으로하여 법과원칙 운운하며 '성역'의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국가귀족들(족벌언론과 그외 '부잣집'아들래미, 딸래미들..)의 실상과 그에맞서 투쟁해야하는 음지의 노동자들(과 그2세들)이 가져야하는 의식과 자세를 올곧게 세우기위한 일종의 '선언문'인셈이다.

도데체 무엇을위한, 누구를위한 법과 원칙이며 사회제도인가! 대한민국땅에서 여전히 맹위를떨치는 진정한'반동'세력인 저 수구-보수세력들의 오만방자한 짓거리를 우린 언제까지 눈뜬장님처럼 구경만하고 멀쩡히서서 당해야만하는가... 우린 절대로 '조중동'의 족벌언론에 눈멀고 귀멀지말고, 대중매체의 '물신우상숭배'유혹에 넘어가지말며 길잃은 외기러기처럼 자신의 정체성(그것이 노동자이든, 학생이든 그 누구든간에..)을 일상의 무사안일에 묻어버려선 안 될것이다.

어렵고, 두렵고, 힘든길일수록 우리가 걸어가야만하는 '길'임을 상기하자!!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 희극선 혜원세계문학 57
W.셰익스피어 / 혜원출판사 / 1993년 8월
평점 :
품절


비극적인것이 더 '셰익스피어다움'으로 느껴지는 천재시인 셰익스피어의 나머지 '반쪽이야기'들의 모음이다. 말괄량이길들이기, 한여름밤의꿈, 베니스의상인, 뜻대로하세요, 십이야, 페리클레스.. 총 6편의 희극을 통하여 우린 셰익스피어의(비극과는 또다른)작품세계를 보다 깊이있게 음미해볼 수가 있다.

'말괄량이길들이기'는 자신의 동생을 질투한나머지 고약하고 난폭한 성격을 자연스레 소유하게된 카타리나에게 매력(내지는 흥미)을 느껴 그녀를 아내로 맞아 '요조숙녀'로 철저히 개조해나가는 페트루치오의 '활약상'을 그린 희극이다. 16세기에 서양에서 정의되었던 (조금은 보수적인)아내라는말의 개념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있어 흥미롭다.

꿈과 현실이라는 이중의 세상을 넘나들며 천생연분을 찾아나가는 에피소드를 몽환적인 필체로 그린 '한여름밤의 꿈'..

복수심에 사로잡혀 한치앞을 내다보지못하는 샤일록이라는 인물을 매개로하여 우정과 사랑, 그리고 지혜라는 미덕의 위대함을 엿보게하는 '베니스의상인'은 작품이 담고있는 교훈과 함께 스토리자체도 매우 흥미있어 좋았다.

'뜻대로하세요'와 '십이야'는 내용상 비슷한 모습을 가진 희극이다. 둘 다 사랑이라는 큰 테두리내에서 얽히는 인물들의 관계와 회복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역시 셰익스피어는 자연스러움에서 진리를 찾는 '자연작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 베니스의상인과 함께 스토리상 가장 흥미로운 '페리클레스'는 비극의 긴장감을 가미하여 '막판뒤집기'의 묘한 쾌감을 안겨주는 희극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다루고있음에도(그리고 4세기이상의 시대적괴리감따위에도)불구하고 극의 내용이나, 극이 말하려는 철학은 우리가 '인간'인 이상 '인간'셰익스피어가 얘기하는 그 모든것들이 고스란히 감동이되어 전해져온다.

맥베스, 리어왕, 햄릿, 오셀로로 대표되는 그의 4대비극이 세계문학사의 금자탑이고 인간의 본성과 탐욕,시기,이기심,공명심등의 뒤틀린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수작들임엔 틀림없지만 그 이면에서 아직까지도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두글자로 삶의 이유를 전하는 셰익스피어희극들도 충분히 4대비극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보석같은 가르침들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