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의 꼽추 청목 스테디북스 50
빅토르 위고 지음, 김영한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1831년에 집필한 빅토르위고 불후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레 미제라블과 함께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어낸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이 작품은 15C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주무대로 하여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제도에 관한 고찰, 그리고 역시나 소외된 삶에 대한 위고의 따스한 입김이 녹아있는 전형적인 낭만소설이다.

카지모도, 에스메랄다, 클로드 프롤로... 이 세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전개하는 빅토르위고의 놀라운 필력은 세삼스럽기까지 한 섬세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던져준다. 특히 제2장에서 보여준 노틀담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본 파리시가지의 전경묘사는 위고 자신이 파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은만큼 읽는 우리들로서도 찬탄을 금할길 없는 글솜씨를 뽐내고 있다..

카지모도는 꼽추이다. 태어날때부터 등이굽고 다리의 짝이 맞지 않았으며 보이는 눈은 하나에 이빨은 한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반은 사람이요, 반은 짐승이라 할 정도였다. 신에게마저 버림받은 듯한 그가 에스메랄다라는 집시를 사랑하게 된 것은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숙명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알았기에 카지모도는 자신의 모든것을 그녀에게 바치면서도 섣불리 그녀에게 접근할 수 없는 참으로 기묘한 운명에 처해지는데...

카지모도와 '삼각관계'를 이룬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양아버지 클로드프롤로였다. 그는 노틀담성당의 부주교로써 성직자의 신분이었다. 그런 그 역시 육욕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에스메랄다에게 연정을 품었으니 사태는 이미 파멸의 끝을 예고 하고 있었던 셈이다.

에스메랄다는 집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체 이 세계, 저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집시... 두 남자의 가슴에 불을댕긴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그는 잘생기고 용감한(?) 페뷔스장군이었다. 자신을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고 그녀의 죽음마저 멀리서 방관한 그를 그녀는 사랑했다. 순진무구하고 애절하며 사랑스러운 카지모도의 순결을 비웃으며 여성의 모성애와 감정의 따스함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행위를 한 사람이 바로 에스메랄다이다. 이러한 삼각관계는 어떠한 현실적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결말로 맺어지는데 마지막 장면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장에서 에스메랄다가 살인의 누명을 쓴 체 처형을 당하는 모습을 (파렴치하고 영악한) 부주교(그는 이미 미쳐있었다.)프롤로가 멀리서 지켜보며 악마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카지모도의 눈에 띄었다. 그 다음은 뻔한 사실이다. 결국 프롤로는 카지모도의 손에 도모되고 만다. 비록 자신의 양아버지이긴 하나 태어나서 진정한(그야말로 애틋한) 사랑을 느꼈던 여인이 죽어가는 모습을 쾌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에게 카지모도는 이미 전에 느꼈던 감사와 존경따위의 감정이 있을리 만무했다. 성직자의 본분을 잊은 체 속세의 욕망에 몸을 던져 죽음까지 맞이한 프롤로는 자업자득의 진리를 몸소 체험한 것이라 봐도 되겠다...

소설의 주가 되는 세 사람의 상념과 번민, 사랑과 증오가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위고는 잊지않고 당시 사회의 부당한 면과 은폐된 진실을 고발한다. '판사들은 그저 듣는 척만 하면 되는 사람들이다'라는 구절에서 우리는 당시 사법제도의 병폐와 판사들의 안이한 특권의식, 그리고 정의가 몰락해가는 혼란상황을 감지해 낼 수가 있다. 방치된 불한당과 집시, 극형을 관람하는 것이 생활의 큰 즐거움이 되어버린 사회의 매마른 일상... 이러한 비판적 견해와 더불어 사형수였던 에스메랄다를 노틀담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외쳤던 카지모도의 외마디 '여기는 성역이다!' 역시 당시 기독교의 위엄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를 알게 해주었고 성당안은 성역이었다는 시대적 특징을 알려주는 유익한 정보이기도 했다...

소설은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의 시체를 안은 체 유골로 발견되며 끝을 맺는다. 마지막장의 부제는 '카지모도의 결혼'이다.. 죽음으로써 이룬 꼽추의 사랑은 깊은 감동과 함께 사랑이라는 공식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을 보여준 잊지못할 장면으로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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