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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주인공 '톰 배런'은 다른 시간선인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 왔다. 그 세상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 2016년이지만 놀라움으로 가득한 첨단 기술로 형성된 파라다이스이다. 물론, 지금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그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1965년, 과학자 '라이오넬 구트라이더'가 혁명적인 방법으로 발명한 친환경 무한에너지 '구트라이더 엔진' 덕분에 우리가 살 뻔한 유토피아가 완성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유언으로 아버지 회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한 톰은, 최고의 우주 비행사 대신 최초의 시간 여행자가 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페넬로페 베슐러'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시간 여행 대역으로 톰이 임명된다. 이 세상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던 '시간 여행자 연구소' 대표이신 아버지의 실험은, 2016년 7월 1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구트라이더 엔진이 켜지던 순간의 증인이 되기 위해, 51년 전인 1965년 7월 11일 라이오넬 구트라이더의 연구소로 향하는 1조 달러짜리 시간 여행 임무였다.
하지만, 시간 여행 전날 치러진 페넬로페와 톰의 동침은 유전자 구조 변형을 일으키면서 프로젝트는 취소되고 만다. 임무에서 탈락된 박탈감에 페넬로페는 자살하고, 그 충격으로 톰은 시간 여행 장치를 작동시켜 1965년 구트라이더의 연구소로 이동한다. 그러나 톰의 실수로 과거가 바뀌고, 톰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6년으로 귀환한다. 구트라이더 엔진의 무한 에너지는 결국 그로 인해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본 톰은 좌절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다정다감한 부모님과 여동생, 모나고 엄격한 페넬로페 대신 일생일대의 사랑 페니를 만난다. 그의 직업은 잘 나가는 천재 건축가였고, 이름은 톰 대신 '존'으로 불렸다.
그럼에도 톰은 자신이 누리는 행복한 삶을 뒤로 한 채, '인류의 역사 학살자'라는 고통을 떠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또다시 시간 여행자가 된다. 졸지에, 그의 인격은 수동적인 톰, 냉담한 존, 잔인한 빅터 세 사람으로 구성된다. 톰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돌리려 한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함임을 알게 되고, 여러 개의 샌드위치가 버려진 것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뚝뚝한 천재 아버지에게 감춰 있던 사랑과, 수십년 동안에 걸친 실패도 발견한다.
주인공 톰의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은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이 염원했던 세상일 수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 '캡슐', 육체노동은 모두 자동화되어 있고, 모두가 공평하게 즐거움을 향유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동화 된 시스템만이 유토피아라 단정하긴 힘들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는 패턴 속에서 살아가기 쉬운 인간들이며 안주하는 순간, 위기는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톰의 어머니는 심리적으로 황폐해 있었고, 아버지의 이기심은 가족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다독이는 것이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