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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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 일요기획, 제일기획.... 등등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기획이 들어간 단어들의 공통점은 뭘까?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굉장히 중요하고 심오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만들거나 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계획과 기획은 또 무엇이 다른가? 네이버 사전에서 정의된 '계획'은 앞으로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작정함 이라고 되어 있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미다. 반면에 기획은 좀 더 복잡한 정의를 한다. 너무 길어서 좀 짧게 간추린다면 '목적을 성취하는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다. 비슷한 의미지만 사전은 계획을 기획의 하위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이라고 건조하게 정의하지만 속뜻은 '기획은 기획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한 형식이다."라고 근사한 설명을 곁들인다. 국내외 잘나가는 기업의 브랜드 철학과 전략을 수립하고 여러가지 솔루션을 개발해 온 저자는 언어학, 기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기획사 대표에 대학교수이기도 한 우리나라 최고의 기획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획을 잘하는 법이나 기획서 작성법에 대한 팁은 별로 없다. 대략 10가지 꼭지를 만들어서 독서, 대화, 표현, 발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인문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고급스럽게 알려준다. 지독한 워커홀릭일 것 같지만 반면에 세계를 바라보는 여유와 태도를 사랑하는 말랑말랑한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하니까.

저자는 말한다. 기획은 기획자만 하는게 아니라고 식당을 고르고 메뉴를 선택하고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는 일까지 모든 일이 기획이고 우리는 매일 기획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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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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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광복이 근무하는 서울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럽다. 철학 시간에 생생한 말과 표정으로 이 책에서 설명했던 철학이야기를 바로 코앞에서 들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시험을 본다거나 어려운 질문을 받는 건 고려하지 않은 상상이지만...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생존했던,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본 철학자, 혹은 사상가도 있고 물론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다. 헤겔, 푸코, 프로이트, 야스퍼스 등등 간략하게 그들의 철학과 사상을 고등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난이도로 설명해주고 있다. 짧지만 핵심은 머리에 들어온다. (! 서양철학이 이렇게 이해가 쉬워도 괜찮은 걸까?) 또한 폴라니, 그람시, 네그리와 하트 등은 처음 들어 본 사람들인데 그들의 임팩트는 대단한다. 특히 칼 폴라니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경제학자로서 그가 외치는 개인과 시장에 대한 비판은 그를 더욱 알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기사騎士의 삶을 이끌어가는 동기는 용기다. 성직자에게는 경건함이, 기술자에게는 자부심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마찬가지로 이익은 상인들에게 고유한 삶의 동기다. 이익이라는 동기를 모든 사람의 삶에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생각 따위는 우리 조상들의 머리에 한 번도 떠오른 적이 없었다. 19세기 절반 가까이에 이르기까지 시장은 언제나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저자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철학은 결국 시대의 산물이다. 철학의 위대함은 그 시대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을 파헤치면 작은 심지라도 하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철학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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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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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를 좋아하고 전쟁사를 일부러 찾아 읽는 소위 밀덕에게는 혹하는 책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제대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어쩌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연신 침방울을 튕기고, 쇼핑몰에서 군용수통을 검색해 보기도 한다. 괜시리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빵빵하게 우퍼사운드를 켜고 전쟁영화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남한 인구의 절반이 소총을 다룰 줄 아는 나라, 다름아닌 대한민국의 밀덕들 모습일것이다.

이 책은 대부분 20세기 초반 현대전의 모습을 담았다. 잘 알려진 전투도 있고 덜 알려진 장면도 있다. 가장 언급이 많이 언급되는 전쟁은 단연코 제2차 세계대전이다. 현대적인 무기가 출현했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세계가 전쟁의 포연으로 뒤덮인 20세기 최대의 전쟁이면서 거기서 파생된 과학, 문화, 예술, 사상의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패전사일까?

전쟁사의 범주가 승전사와 패전사로 나뉠 수 있을까? 물론 학자에 따라, 혹은 국가적으로 승전과 패전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미래를 대비한 건설적인 활동이라 할 수도 있. 승패를 분석하고 반성하는 것은 승자와 패자 모두 미래를 위한 아주 유익한 행동일테니까. 조선시대 징비록을 기술하여 패배의 아픔을 미래유산의 성과로 남기고자한 서애 유성룡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인물인가?

저자는 뼈속까지 밀덕임에 틀림없다. 디자인 공부를 한 사람이 유튜브에서 패전사 채널을 운영하고 책까지 썼으니 말이다. 패전사의 미시사는 현대전만 해도 엄청난 컨텐츠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여력이 된다면 근대이전 세계의 전쟁도 다뤄본다면 무궁무진한 밀덕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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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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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접해 온 우리나라 SF소설들은 두가지 종류로 요약이 될 것 같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부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승전결의 조화로운 구성으로 기존 순문학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르는 부류. 첫번째 부류는 소재의 참신함과 이야기 전개가 전래없는 독창성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배경설정 자체가 설명적이고 직접적이며 이야기 흐름도 예측불가의 전개가 많다. 전두엽을 강하게 자극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그냥 줄거리만 써 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문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 더욱 빛이 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번째 부류의 소설은 외피가 단단하고 건실하지만 내용이 밍밍하고 맛이 없는 경우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많은 소재가 아무렇지 않게 소설의 전개를 이루고 있다.

배명환은 위의 두가지 부류가 적절히 섞인 작가인 것 같다. 인공지능, 사이보그, 외계인등 소재만으로 보면 익히 접해 본 소재일 수 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재료를 다듬고 전처리하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굽고 찌고 튀기고, 또한 요리사도 매번 개성 강한 캐릭터여서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실험적인 단편 '임시 조종사'는 아예 판소리소설의 현대적 변형이다. 배명환이 화자를 찾는 다양한 시도와 함께 소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은 하는 작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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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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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중간 쯤 읽을 무렵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냉장고에서 소주와 오래된 쥐포를 꺼내서 책상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책을 붙들고 다른 한 손은 소주잔을 만지작 거리며... 문득 상상해봤다. 황지 꼴통스 멤버이자 이 책의 주인공 채하나와 대작을 한다면 나는 몇병째 소주에 넉아웃이 될까? 아마도 난 택시에 실려 어느 모텔에서 잠들어 버릴 것 같고 채하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동동주 한주전자를 더 마시지 않을까 싶다. 마음에 안들면 오빠새끼 아빠새끼 가릴 것 없이 욕바가지와 등짝 스매싱이 먼저 나가는 근성과 체력으로 다져진 태백의 스트롱걸 '채하나' 그리고 조금 모자라지만 뛰어난 미모와 엉뚱한 매력의 단짝 친구 '미주''오빠 새끼' 검거 작전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채하나의 오빠는 서울에서 사기를 당한 건지 사기꾼이 된건지 모를 어정쩡한 포지션의 '채강천'. 하나뿐인 혈육을 구하기 위해 상경한 황지 꼴통스의 알콜농도 높은 이야기다. 얼핏 영미문학의 고전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난다. 고교자퇴생이 뉴욕거리를 3일동안 헤메다니며 위선과 허위의 인간들에게 실망하다 고향에 돌아와 여동생의 순수함에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내용인데 알콜과 사기꾼이 많이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촌동네에 그것도 공장노동자로써 어찌보면 암울한 청춘의 채하나는 공정한 경쟁이 좋아서 투포환을 했고 감정노동이 싫어서 기계앞에 기꺼이 서고자한 당당한 청춘이다. 사기와 허위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죽으나 사나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 피가 끓고 핏줄이 당기는 이야기가 소주 한병이 알딸딸할 무렵 끝난다. 문득 태백에 내려가면 해장국집에서 단발머리 찰랑거리며 채하나가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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