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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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접해 온 우리나라 SF소설들은 두가지 종류로 요약이 될 것 같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부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승전결의 조화로운 구성으로 기존 순문학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르는 부류. 첫번째 부류는 소재의 참신함과 이야기 전개가 전래없는 독창성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배경설정 자체가 설명적이고 직접적이며 이야기 흐름도 예측불가의 전개가 많다. 전두엽을 강하게 자극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그냥 줄거리만 써 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문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 더욱 빛이 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번째 부류의 소설은 외피가 단단하고 건실하지만 내용이 밍밍하고 맛이 없는 경우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많은 소재가 아무렇지 않게 소설의 전개를 이루고 있다.

배명환은 위의 두가지 부류가 적절히 섞인 작가인 것 같다. 인공지능, 사이보그, 외계인등 소재만으로 보면 익히 접해 본 소재일 수 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재료를 다듬고 전처리하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굽고 찌고 튀기고, 또한 요리사도 매번 개성 강한 캐릭터여서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실험적인 단편 '임시 조종사'는 아예 판소리소설의 현대적 변형이다. 배명환이 화자를 찾는 다양한 시도와 함께 소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은 하는 작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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