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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평점 :
현재진행형의 불행속에서 우리는 최대한 무엇을 해야만 자아를 지킬 수 있을까?
문득 제목에 힌트를 숨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를 살리고" 이후 길게 그어진 하이픈 다음에 마지막 글자가 "사랑하고"이다.
신산한 삶과 죽음이 일상과 현실에서 버젓이 걸어다니며 내 뒤통수를 노려보는 가운데 애써 모른척 돌담을 더듬으며 떨리는 발걸음을 집으로 향해야만 한다. 힘들게 집으로 들어가면 마당에는 가족들이 정다운 얼굴로 나를 맞이할 생각에 식은 땀을 흘리며 몽롱해진 눈으로 좁은 골목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도착한 집 안마당에는 엎어진 밥상과 찢어진 옷가지들 그리고 엄마는 문간에 산발한 머리를 기대고 동생은 장농속에 웅크리고 울고 있다. 현실은 문장보다 더 참혹하다.
나의 불행이 남의 행복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다면? 세상에는 행복총량의 법칙이 있어서 누군가는 밀쳐진 채 울고 있어야 할까? 그렇다면 다시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갈 기회는 있을까?
"나를 살리고" 이후 긴 하이픈처럼 오랜 시간과 수많은 말들이 지나가지만 결국 "사랑하고"같은 밀접한 말이 없는 것이다.
불행의 울타리에서, 그래도 내가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는것은 나를 살리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