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삶은 개선될 수도 개선되어야 할 당위도 없는 것 같았다.

앞도 뒤도 없고 맥락도 지도도 없고 그저 그대로 잠시 모였다 흩어지는 모래알 같았다.
가난할수록 비탈은 더 가팔랐다.

밤이면 가파르게 흩뿌려진 등불들이 장엄한 빛의 파노라믹 뷰를 만들어냈다.
현자가 되는 길이 그토록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고나길 쓰고 읽고 상상하길 좋아한다거나 다양한 후천적 결핍 또는 자극으로.
예민함의 촉수가 켜져버리면.
어쩔수 없이 경험의 온갖 측면을 인식하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인식하는 사람의 운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운명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인생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식하는 사람의 운명을 지닌 이는
그저 자신이 정리되지 않은
책상 서랍 속에 파묻혀 있는 소인 같아서
어서 그 난잡한 인식의 세계를 빠져나가
모든 것을 시원하게 지혜로 꿰고 책상 밖에 우뚝 설 수 있는 거인이 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생을 살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아내는 데에만 생의 절반을 넘긴다.

여행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너비는 땅이고 깊이는 사람들이라는 것.
천 명의 사람이 생각 없이 갈지라로 걷는다.
그 가운데 한 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똑바로 전진한다.
나머지 999명이 그의 걸음을 주목한다.
인간의 깊이는 그 순간 생겨난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생을 살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에 대비하고,
알지 못하기에 대비하지 않는다.
경험의 온 갖 측면을 자신만의 뜨거운 육성을.
인간의 유한함을.
소멸과 생성의 신비를.
한 방울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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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떠나지않고도행복할수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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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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