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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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신작로 - 김재희

p.37 "누구야, 밥 먹어라"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 아파트 단지에서 놀다가 밥먹으러 오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집으로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p.63 "상사병으로 죽는 사람도 있어. 꿈이 좌절되고 익숙한 것과 헤어지고 그러면 생기는 게 그 병이야. 아이가 소양인인데다가 시골에 무엇을 두고 왔는지 속병이 화병으로 변했구먼. 약재 지어가고, 멀더라도 가끔은 진맥도 보고 침도 맞고 가."

p.174 "얀마,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표현하는 거야."

p.190 동민은 베란다로 나가서 어둠 속 저 멀리 집마다 내뿜는 불빛을 보았다. 희미하기도 하고, 찬란하기도 하고, 환하고 밝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한 여러 가지 불빛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의 오롯한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인생이라도 인생이고 아무리 괴로운 인생이더라도 인생이었다.
결국 받아들이는 자의 몫일 뿐.
동민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만큼 잘 받아내는지에 따라 그 아픔의 정도가 달라진다.

이 책은 복숭아꽃이 피는 시골 마을 은향리를 배경으로, 서울에서 외갓집으로 내려오게 된 서동민과 이후 서울에서 전학 온 강운영 사이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큰 사건 없이, 동민과 운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에게 품어온 마음의 흔들림과 관계의 미묘한 거리감이 서서히 쌓여간다.
동민의 어머니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을 했지만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다. 결국 동민과 동생 수민은 외갓집에서 자라게 되지만, 그 선택은 보호이기보다 또 다른 눈치의 시작이었다. 외할머니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동민은 어머니와 외할머니도 이해하고, 동생을 챙기며 은향리에 적응해 나간다. 그 씩씩함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이른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민이 운영에게 품은 마음은 가볍지 않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은 결국 떠난다는 어른들의 말, 그리고 동민의 어머니와 닮은 운명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외할머니의 불안은 두 아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그렇게 동민과 수민은 다시 서울로 보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민과 운영의 마음은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어른들의 사정과 선택이 아이들의 관계를 끊어놓으려 해도, 아이들 스스로는 아직 놓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
[신작로]는 그 마음을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남겨 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성장담이 아니다. 어른의 선택 아래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지켜야 했고, 무엇을 결국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민과 운영은 여전히 어른들의 사정과 결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자가 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염려해 동민을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될까 두려워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고, 둘이 함께하면 한 사람은 죽게 된다는 말로 반대했던 어머니. 그들의 선택은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사랑은 아이들의 시간을 너무 길게 우회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민과 운영은 끝내 서로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끝내’라는 말 속에는, 어른의 사정과 선택 때문에 얼마나 멀리 돌아와야 했는지가 담겨 있다.

김재희작가님의 문장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말해지지 않은 마음과 침묵, 한 발 늦은 시선을 남겨 두며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 곁에 함께 서서 같은 망설임을 공유하게 된다.

*본 도서는 몽실북클럽(@mongsilbookclub)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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