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김선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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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 김선미

p.107 마리는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주름이 깊어가는 시간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견고히 남은 인연이 귀하고 안쓰러웠다.

p.109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고 그리운 이에게 자신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미안해하는 날을 반복하는 것이다.

p.190 이별을 겪으면 필연적으로 한동안 인생이 정지된 것 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길목마다 새로운 인연과 기회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떠난 사람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해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기회를 얻지 않는 것 또한 선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택하지 않은 방향을 따라가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 인생은 다양한 선택과 방향이 쌓인 궤적이기 때문이다.

p.271 마리는 울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훗날 오늘을 되돌아봤을 때 그저 열심히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받기를 바랐다. 사람은 오늘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며 살기에 하루하루 위안받으며 살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믿듯 말이다.

p.305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매시간 죽음과 맞서고, 때론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살아간다. 결국에 남은 이들은 힘들게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며, 소중한 사람과의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기쁨들을 바라보며 산다. 누군가의 깨달음과 간절한 꿈이 삶을 밝히는 등불로 바뀌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애쓰기도 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마리는 어머니로부터 특별한 능력을 물려받았지만, 세상의 편견과 오해를 피해 그 능력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귀화서’라는 기관에 들어가며 마리의 삶은 변화하고, 그 곳의 귀화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한다.
죽은 자의 마지막 흔적을 꽃으로 마주하고, 그 꽃을 통해 전해지는 다양한 이별과 사랑, 후회와 위로의 이야기들은 마리에게도, 책을 읽는 나에게도 잔잔한 파동처럼 스며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죽음]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소설은 전혀 어둡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혼화라는 꽃을 상징하여 죽음을 애도하고, 그리움을 시적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준다.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는 죽음을 다루지만 동시에 삶을 말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겪는 이별의 순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기억하고, 위로하는 방식으로서의 색다른 판타지를 제공하며 읽는 동안 수없이 마음이 흔들렸고, 책장을 덮은 후에도 그 잔향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귀화서에 초대해 주신
앨리스님 @alice_bookworm 밀리의 서재에 감사드립니다.

*본 도서는 @alice_bookworm 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millie_bookclub 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화서마지막꽃을지킵니다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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