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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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

p.23 달이 나지막이 입을 뗐다.
"원래 삶은 완벽하지 않단다."
처음이었다. 달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p.40 짐승과 인간이 언제까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지켜 보고 싶었다. 그 끝을 보고 싶었다. 꼭 보아야만 했다. 달은 처음으로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 생겼다.

p.134 카나를 남겨 두고 온 슬픔과 우두머리가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자꾸만 달을 미끄러지게 했다. 달에게 매달린 아이도 아슬아슬한 곡예사 같았다.
'지금 발밑에 흐르는 물만 진짜야.' 달의 귀에 카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생각이 많은 달을 핀잔하며 카나가 했던 말이다. 궂은 날씨에 거칠어진 물살에서 연어를 사냥할 때는 자신의 발밑만 봐야 한다는 늑대들의 말이었다. 달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 지 없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달이 지금 해야 하는 건 이 벼랑길을 걸어 내는 것뿐이다.

이 이야기는 사라지고만 싶었던 달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갓난아이와, 내가 낳은 새끼를 얼마 전 새끼를 낳은 다른 암컷 늑대의 굴에 놓고 떠난 늙은 늑대가 함께하는 여정으로 시작한다.
전혀 상상이 되지도 않는 이 조합은 달로 하여금 존재의 이유가 된다.
늑대 카나는 아이를 만난 그 순간부터 정해진 일인 것처럼 아이를 보듬고, 먹이고, 키우고 더 나아가 스스로 사냥을 하는 법과 어미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교훈을 다 주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달은 짐승과 인간이 언제까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처음의 그 관찰자의 입장에서 어느새 아기와 늑대 카나와 함께하는 관계로 바뀌게 된다.
본격적으로 아이를 위해 달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힘들어하는 달에게 카나는 “도와줄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고 한다.

p.80 음식들을 정리하는 달을 보며 카나가 말했다.
"도와줄까?"
달이 대답 없이 카나를 빤히 바라봤다. 머쓱해진 카나가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가슴속에 뾰족하게 서 있던 뭔가가 톡, 하고 꺾였다. 달은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달은 도움을 받는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간들은 언제나 달을 향해 도와 달라고 부르짖을 뿐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다니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달과 카나는 무어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된다.

아이를 보호하고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카나의 희생도, 부서진 달의 희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달이 부서지고 깎여나가면서도 아이를 보호하던 그 마음 그대로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계속 아이를 비추고, 카나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가르침은 여전히 아이의 삶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너의 용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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