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누아르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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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저 애가 알아서 떠벌리고 다녀줄 소문은 반가웠지만 그래도 과거는 항상 사람 발목을 잡고 한숨을 내쉬게 한다. 특히 선처럼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일수록.

p.29 안 웃어서 다행이에요. 여기서 웃으면 딱 두 꼴 이거든요. 임신 아니면 낙태.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멘트아닌가)

p.37 미쓰 리.
대체 언제부터 멋졌던가?

p.40 사실 가끔은 선도 자신의 이름을 까먹는다. 선은 이곳에서 미쓰 박으로 불린다. 여긴 많은 미쓰들이 있다. 언제나 대체 가능한 미쓰들.

p.48 그 이상한 낙서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게 무슨 빨갱이 서신이란 말인가? 여성 해방을 부르짖는 빨갱이 차라리 만나보고나 싶었다.
미쓰 리 언니, 그리고 서울 누아르. 여성들은 다 죽어 나간다는 그 서울의 이야기들.

p.54 이것만 좀 맡아주세요. 미쓰 박. 이렇게 불러서 죄송하네요. 마지막까지요.

p.57 이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데 그 강한 자들은 모두 남성 권력자들이라는 거였다.

🫧 소설의 배경지는 1980년대, 그 숫자만으로도 설명이 되는 빠른 경제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와 상반되게 여성들에게는 차갑고 잔인한 시기이다.
주인공인 박 선은 한 공장에서 경리로 일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무시가 당연시했던 그 속에서 미쓰 박으로 불리는 박 선 역시도 그런 상황에 순응하며 지내지만 그곳에서 만난 미쓰 리 언니는 잔인하리 만큼 세상을 직선적으로 바라보고, 당당하지만 스스로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맨스X칙릿을 키워드로 했지만 한정현 작가님의 러브 누아르는 사실 로맨스도, 칙릿도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인 박 선이 미쓰 리 언니에게 가지는 감정은 1980년대 시대가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이 여성에게 가지는 동경일 수도, 그리고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브 누아르에서는 1980년대의 시대는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여성들에게 얼마나 차갑고, 냉정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쓰 리는 "여자가 성공하는 이야기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것"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말하며, 여성이 성공하는 이야기는 세상에 없는 환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여성이 성공하는 이야기가 환상이라고 생각되는 암흑기의 시대 속에서의 여성들의 용기와, 서로 말할 순 없지만 암묵적으로 가지는 연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박선의 미쓰리 언니에 대한 감정이 동경인지 사랑인지 알 순 없지만 동경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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