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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평점 :

“만취 상태로 소변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쪽 다리가 들려.”
백미러 속 산체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구나.
너무 나갔나, 인터뷰를 망쳤나, 실없는 노인네로 오해하면 어쩌나,
애먼 운전대만 으스러져라 쥔 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는데 뒤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어.
손수건에 코를 푸는가 싶더니 목젖이 튀어나오도록 웃는 거야.
안전핀이 뽑혀나간 뇌관처럼. 덩달아 웃지 않을 수 없었지. 존중받는 느낌이었거든.
내 6·25든, 내 대길이든, 내 인생이든, 그 무엇이든. 눈가에 이슬이 맺히도록 웃고 났을 때는
산체스가 뒷자리 아닌 옆자리에 앉은 것만 같았다. (「돼지가 하는 일」)
‘그러니 아버지 당신은 슬픔의 높이에서, 부디 지금 저를 모진 눈물로 저주하고 축복해주세요.’
하나 더 고백하자면, 수염을 마저 민 사람은 나였다. 아무리 이를 악물어보아도 반만 남은
수염이 눈꺼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수염이 싹 밀리고 드러난 얼굴은 갈 데 없는
내 얼굴이었다. 아들의 얼굴에 아버지의 얼굴이 있는 게 아니다. 아버지의 얼굴에
아들의 얼굴이 있다.
오! 아버지, 나의 숨겨진 아들! (「타인의 삶」)
이 책은 소설가의 자신의 생각과 현재 환경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상황을
알려주는 소설입니다.
환성작이면서 내용에 있어서 현실감도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