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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ㅣ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작별들 순간들

저자 : 배수아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1988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04년 장편소설
『독학자』로 동서문학상을, 2018년 소설집 『뱀과 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훌』 『올빼미의 없음』, 장편소설 『부주의한 사랑』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이 있다.

프롤로그
연인
일곱번째 아이
낙엽을 헤치며 걷는 사람
WG, 그리고 개구리를 먹는 자
작별들
누가 우리에게 자연을 암시하는가
최초에 새를 가리킨 여인
내가 가진 넝마를 팔고
영혼의 서쪽 벽
9월의 황무지에서
고통
고요. 회색.
멀리
헝가리 화가의 그림
에필로그

연인
삼십 년이 지난 뒤 연인을 만났다.
한동안 베를린 집에서 홀로 지내게 된 나는 어느 날 순진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소파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책장의 가장 아래 칸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소파를 치우자 먼지로 덮인 책들이 나타났다.

일곱번째 아이
우편함에서 두 권의 책을 발견했다.
뒤라스의 에밀리 그리고 게르하르트 마이어의 죽음의 섬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었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거리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예전에 이 우편함 옆에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낙엽을 헤치며 걷는 사람
5월의 정원은 잊게 만든다.
우리는 잊는다. 말과 우리 자신을 세상으로부터의 근심과 고통을 우리 앞에는 치즈를
올린 호밀빵 한 조각과 오렌지 한 알, 잎이 무성해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오두막의 벽과 유리창, 테라스 그리고 우리의 얼굴 위에 그물처럼 어지럽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배수아 작가의 산문집으로 베를린 인근의 시골마을 오두막에서 살며 자신의 생각과
타지의 풍경을 잘 나타내주는 작품입니다.
연인이라는 책으로 만난 이야기로 시작하며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시골삶을 알려주는 것이 정겹습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정원의 흙 위로 몸을 기울인 동안, 당신의 몸 위로 빛과 그늘이 어지럽게
얼룩지는 그 순간에도. 작별은 바로 지금, 우리의 내부 숲안쪽 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궁극의 사건이었다.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몸을 구부리면서 당신의 목덜미 위를 느리게 기어간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집어올린다. 평화와 고요. 오직 빛과 호흡만이 있는 순간.
지금 당신이 불타고 있다는 증거인가 글쓰기는 작별이 저절로 발화되는 현장이다.
글을 쓰면서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느낌을 잘 표현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