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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1996년, 소설가 지망생이자 스물네 살의 대학원생인 ‘나’는 문예창작 프로그램 합평시간에
자신의 글에 유일하게 호평을 해 준 ‘빌리’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중상류층에 속해 넓은 아파트에 살며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나’와 지방 도시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바텐더 일을 하는 ‘빌리’는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서로의 문학성을 인정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와 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꿈꾸며 룸메이트가 된 둘의 미래는 어떤 빛깔로 전개될 것인가?
‘나’는 줄곧 빌리를 동경한다.
외모와 언변 덕에 이성과 친구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고 문학적 소질까지 갖추어 동기생들의 추앙을 받는 빌리. 언제까지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빌리. 하지만 동경했던 상대의 모습 이면에는 낯섬과 불편함이 존재했고 그것이 드러나면서 빛나던 둘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빌리에게 열등감을 느끼지만 인식하지 못하던 ‘나’의 갈등은 결정적인 사건으로 터져 나오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이야기는 흔한 ‘소설적인’ 결말과는 다른, 현실적이어서 애틋한 결론에
다다른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깊은 시선이 느껴지는 작가의 섬세한 감정 묘사에 감탄했고,
잔잔한 듯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사건으로 긴장을 유지한 채 몰입해서 읽은, 오래 기억에
남을 수작이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인 글로 느껴질만큼 매끄러운 번역 또한 주목할 만한데,
(어쩌면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사보다 더 끌렸던) ‘옮긴이의 말’에 드러난 번역자의 필력과
작품에 대한 해석은 불문학자이자 번역가인 황현산, 김화영, 이세욱 선생님의 글이 떠오를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