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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데메테르호라는 범선을 타고 균열 너머에 존재한다는 미지의 구조물을 찾기 위한 탐험을 위해 항해하는 원정대에 고용된 보조의사 사일러스 코드는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균열에 가까워진 순간 알 수 없는 난파선을 발견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다음 세기, 사일러스 코드는 원정대와 증기선을 타고 균열을 통과하고
이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며 구조물에 가까이 다가간다.
- 내 등장인물들에게 닥칠 일들이 모든 면에서 끔찍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극적인 전조를 느끼며 머릿속에서 그런 공포스러운 사건을 이미 구상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끔찍한 결말의 한 조각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마치
그 불쌍한 영혼들에게 진작에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p. 69)
-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배의 정체가 아니었다. 바로 항해일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힌 내용이었다. 그 글은 공포에 질리고 긴급한 상태에서 손으로 휘갈겼다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았다.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그 페이지는 대각선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뒤쪽 여러 장까지 손톱으로 낸 홈이 깊게 패있었던 것이다. (p. 174)
<대전환>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작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는 전직 천체물리학자로 전문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과학적인 설득력을 극대화한 현재의 과학을 기반으로 미래 기술을 추론하며, 작품에서는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범위 내에서만 과학 기술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SF소설을 주로 써 온 작가로 정교하고 매혹적인 세계관과 참신한 이야기로 색다른 SF의 탐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이 공동의
존재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탐사 목적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 실제로 그 존재를 보게 되자, 우리 아래쪽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텅 빈 공간과 위쪽에 매달려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윗덩어리를 파악하는 일은, 아무리
충분히 예상했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모두 발아래로는 단단하고
의지할 수 있는 땅이, 머리 위로는 바람이 통하고 빛이 비치는 하늘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라난 사람들이었다. 이런 평범한 사실 관계가 소름 끼칠 정도로 역전되고 나니, 나는
메스꺼운 정신적 뱃멀미에 사로잡혀 휘청거리고 말았다. (p. 201~202)
- 내게는 과거가 있었다. 기억도, 감정도, 야망도 있었다. 데메테르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근본적인 현실로 돌아가는 내 여정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꿈 같은 단계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코실이 다른 무대들은 허구의 이야기였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착륙모듈 안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로 같은 추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손은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졌다 해도, 그것은 나를 또 다른 끔찍한 시나리오로 몰아넣는 상상의 산물에 불과했다. 아마
나는 미쳐버린 나머지 스스로 만들어낸 정신착란적 사건을 겪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테지만, 이제
나는 온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혼란스럽고 두려우며 내 운명에 확신이 없기는 했지만, 완전히 제정신이었다. (p. 328)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나선 데메테르호 원정대, 이들에게 반복되는 탐험과 죽음이라는 이야기의 큰
축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균열 너머의 것을 찾아 탐험하는 원정대처럼 반복되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며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가는 설레임과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를 만난 즐거움을 선사한다.
*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