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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바트 비룡소 클래식 60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헤르베르트 홀칭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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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독일의 소수민족인 소르브족 전설의 여러 모티프를 긴장감 넘치게 엮어 낸 <크라바트>는 열네 살 소년 크라바트가 꿈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마술사의 검은 물 방앗간에 들어가 다른 열한 명의 직공들과 함께 까마귀로 변신하며 마술을 배운다. 굴종적인 생활의 고통을 경험 하기도 하고, 마술을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성장해 가던 크라바트는 방앗간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게 된다.

🔖 “살아 있는 동안 그런 친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거예요.”
“그런 일을 장담할 수 있을까?” 유로가 물었다.
“예, 장담할 수 있어요.” 크라바트가 말했다. “그만큼 좋은 친구는 두 번 다시 없을 거예요.” (p. 137)

🔖 “코젤브루흐에서 보내는 일 년은 바깥세상에서의 삼 년에 해당돼. 넌 이곳에 온 후로 일 년 만에 훨씬 더 나이가 들었어. –정확히 세 살 정도 말이야.” 미할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가능해. 이 방앗간에서는 온갖 기이한 일들이 가능하단다. –그 정도는 이미 알 때가 되었을 텐데.” (p. 143~144)

소중한 것들과 부과 권력을 누리는 안락한 삶의 가능성과 대립하게 되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크라바트는 자유를 찾기 위해 마술 대결을 펼치며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칸토르카는 물동이에 든 부활절 물을 숄 자락에 조금 적셨다.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녀는 크라바트의 이마에 그려진 액막이 별 표시를 지웠다.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는 다정한 손길이었다. 칸토르카는 마치 크라바트에게서 그 어떤 오점을 지워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크라바트는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칸토르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칸토르카가 자신을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p. 292)

🔖 “우리가 아는 마술과는 다른 마술이지. 글자 하나하나, 주문 하나하나 애써 익혀서 배우는 마술이 있어. 그건 마술 전서에 씌어 있는 그런 마술이지.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술도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마술 말이야. 이해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넌 그걸 믿어야 해, 크라바트.” (p. 353)

성장의 과정에서 삶의 여러 과정에서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크라바트>는 청소년 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선택하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는 버리게 되기도 하고, 선택에는 고통과 아쉬움이 따를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알려주면서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 무엇인지도 함께 알려준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 판타지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해주고 용기와 신뢰, 사랑과 연대의 소중함과 성숙과 자유를 향한 선택에는 어떤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지 보여주고 있다.

* 비룡소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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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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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호라는 범선을 타고 균열 너머에 존재한다는 미지의 구조물을 찾기 위한 탐험을 위해 항해하는 원정대에 고용된 보조의사 사일러스 코드는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균열에 가까워진 순간 알 수 없는 난파선을 발견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다음 세기, 사일러스 코드는 원정대와 증기선을 타고 균열을 통과하고 이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며 구조물에 가까이 다가간다.

 

- 내 등장인물들에게 닥칠 일들이 모든 면에서 끔찍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극적인 전조를 느끼며 머릿속에서 그런 공포스러운 사건을 이미 구상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끔찍한 결말의 한 조각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마치 그 불쌍한 영혼들에게 진작에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p. 69)

 

-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배의 정체가 아니었다. 바로 항해일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힌 내용이었다. 그 글은 공포에 질리고 긴급한 상태에서 손으로 휘갈겼다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았다.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그 페이지는 대각선으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뒤쪽 여러 장까지 손톱으로 낸 홈이 깊게 패있었던 것이다. (p. 174)

 

<대전환>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작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는 전직 천체물리학자로 전문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과학적인 설득력을 극대화한 현재의 과학을 기반으로 미래 기술을 추론하며, 작품에서는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범위 내에서만 과학 기술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SF소설을 주로 써 온 작가로 정교하고 매혹적인 세계관과 참신한 이야기로 색다른 SF의 탐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이 공동의 존재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탐사 목적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 실제로 그 존재를 보게 되자, 우리 아래쪽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텅 빈 공간과 위쪽에 매달려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윗덩어리를 파악하는 일은, 아무리 충분히 예상했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모두 발아래로는 단단하고 의지할 수 있는 땅이, 머리 위로는 바람이 통하고 빛이 비치는 하늘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라난 사람들이었다. 이런 평범한 사실 관계가 소름 끼칠 정도로 역전되고 나니, 나는 메스꺼운 정신적 뱃멀미에 사로잡혀 휘청거리고 말았다. (p. 201~202)

 

- 내게는 과거가 있었다. 기억도, 감정도, 야망도 있었다. 데메테르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근본적인 현실로 돌아가는 내 여정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꿈 같은 단계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코실이 다른 무대들은 허구의 이야기였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착륙모듈 안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로 같은 추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손은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졌다 해도, 그것은 나를 또 다른 끔찍한 시나리오로 몰아넣는 상상의 산물에 불과했다. 아마 나는 미쳐버린 나머지 스스로 만들어낸 정신착란적 사건을 겪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테지만, 이제 나는 온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혼란스럽고 두려우며 내 운명에 확신이 없기는 했지만, 완전히 제정신이었다. (p. 328)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나선 데메테르호 원정대, 이들에게 반복되는 탐험과 죽음이라는 이야기의 큰 축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균열 너머의 것을 찾아 탐험하는 원정대처럼 반복되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며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가는 설레임과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를 만난 즐거움을 선사한다.

 

*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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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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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는 스티븐스 가족, 신혼여행으로 영국에서 햇볕이 진하다는 보그너 레지스를 처음 방문했던 스티븐스 부부는 이후 휴가 때마다 그곳을 방문한다. 심지어 신혼 여행 때 묶었던 그들이 함께한 시간만큼 조금씩 낡아가는 숙소에 항상 머물며, 세 자녀와 함께하는 스무 번째인 2주간의 여름휴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휴가를 떠난 사람은 상황만 조금 달랐어도 자신이 되었을지도 몰랐던 사람,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된다. 모든 이는 휴가 중에 동등하다. 모두가 비용이나 건축 기술일랑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의 성을 꿈꿀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토록 섬세히 직조된 꿈들은 숭배하듯 보살펴야만 하고 그 다음주의 투박한 빛으로부터는 떨어뜨려 놓아야만 한다. (p. 35)

- 한여름에 햇빛은, 옥외에서 보낸 긴 하루의 끝으로 갈수록 거의 짐덩이가 되는 수가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서쪽 하늘에 고집스레 매달려 있는 그 창백한 백열광은 사람을 거의 분개하게 만들고, 커튼을 쳐본들 침실은 완전히 깜깜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구월의 잠식해 오는 밤들은 낮의 전경에 새로운 장면을 더해준다. 악단의 음악은 광채를 뿜는 보석이 있는 왕관에서 흘러오는 듯싶고,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해변 산책로를 따라가는 고무신들의 부드러운 타박거림, 유원지의 꼬마전구들과 바닷속 별들의 반짝임은 낮의 요란한 기상에 부드러운 낭만을 가져다준다. (p. 197)

휴가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반전이라는 책 소개처럼 별다른 사건이 없는 한 가족의 휴가 이야기는 무료하고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서두르거나 조급함이 없어 잔잔한 이 이야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 그는 시간은 시계의 바늘에서나 균등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시간은 미적대면서 거의 뚝 멈추어 있는가하면, 재빨리 내달리고, 절벽을 뛰어넘듯 훌쩍 사라지거나, 다시금 미적댈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약간의 슬픔을 품고서 알았던 것은, 시간이 종국에는 늘 따라잡는다는 것이다. (p. 209)

-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p. 341~342)

- 거듭 또 거듭 그녀는 이 휴가가 마지막일 거라고, 그녀가 아버지와 어머니, 딕과 어니와 다시는 결코 이렇게 하지 못하리라고 느꼈다. 슬프고도, 다소 어려운 감정이었고, 지금에서야 그녀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 근사한 시절이었다, 보그너에서의 이 휴가들은. 하나 그런 시절들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그런 시절들이 해를 거듭하며 계속되면서, 죽어가는 어린 시절의 불씨에 미약하게나마 부채질을 시도할 수는 결코 없었다……. 거기에서 추억들은…… 그리고 그 시절의 멋진 엔딩이라는 장관은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터였다……. (p. 385)

“거창할 것 없는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과 여행지에서는 별것 아닌 아주 작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쁨을 누리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일상을 이어오면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었다. 비슷한 결의 소설 <스토너>를 떠올리게 하는, 10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지금 읽게 된 <구월의 보름>은 평온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지내는 것의 행복과 이 시간을 잘 누리기를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 독파 챌린지를 통해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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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버스 타요 New 가방퍼즐 1 (5종) 꼬마버스 타요 New 가방퍼즐 1
키즈아이콘 편집부 지음 / 키즈아이콘(아이코닉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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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단계별로 이용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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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자극 아기 헝겊책 : 꿈꾸는 삐악이
꿈꾸는달팽이 편집부 엮음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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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나도 딸랑이로 이용해도 되고 생김새 만큼 귀여운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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