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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아일랜드 - 누구나 마음속에 꿈의 섬 하나쯤은 있다
존 번스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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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KINFOLK에서 <킨포크 테이블> <킨포크 가든> <킨포크 트래블>에 이어 섬으로의 여행을 다룬 <킨포크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인도양부터 대서양, 태평양까지 갈라파고스 제도, 호르무즈, 코르시카, 잔지바르, 청산도 등 자신만의 흐름대로 살고자 하는 이들을 매혹할 전 세계 18개의 개성 있고 환상적인 섬이 담겨있다.



- 번잡한 육지에서 떨어진 채 부서지는 파도와 짙은 녹음에 둘러싸여 있는 섬은 작가와 탐험가들이 오래전부터 그려온 도원경이자 목가적 환상의 세계였다. 사실 유토피아라는 개념도 섬에서 비롯되었다. (p. 11)



섬 생활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느린 여행을 제안하며 일상에서 탈출해 마음껏 탐험하고 느긋하게 쉬도록 소개해주는 섬들을 ESCAPE(탈출), EXPLORE(탐험), UNWIND() 3개의 파트로 구성하여 소개하고 여행지 마다 실용적인 팁과 추천 일정을 실어 언젠가 섬을 여행할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 수천 년 동안 여행은 느리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은 여행 문학이나 안내서, 탐험가 일지와 지도책 따위를 읽으며 세상을 알아가야 했다. 그러나 작고 평평한 종이 위에도 모든 가능성은 존재한다. 고향과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머나먼 바닷가의 흔적이 거기 실려 있기 때문이다. (p. 87)



전 세계의 탁월한 글 작가,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협업으로 완성 된 <킨포크 아일랜드>는 여러 글 작가와 사진작가가 직접 섬을 찾아가 그 안을 누비며 사진집을 보는 듯 작가들만의 특별한 시선이 담긴 사진들과 각 섬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섬들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여행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곳의 자연이 주는 멋진 풍경들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감탄을 자아낸다. 각 파트가 마무리 될 때마다 실려있는 짤막한 에세이는 섬 여행이 주는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음속에 있는 꿈의 섬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해준다.



- 섬이 모험심과 안정감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말이 조금 모순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알고 보면 우리가 어떤 공간을 섬으로 인식하느냐는 마음에 달린 것일 수 있다. 작고 외진 어촌이라면 본토와 떨어져 있건 아니건 섬다운 느낌을 준다. 반대로 섬의 대도시는 내륙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p. 166)



- 섬에서는 시간 엄수라는 날카로운 의미가 무뎌진다. 마감과 약속은 대충 어림잡기가 된다. 12시 정각이라고 정할 필요 없이 정오 전후라고 해도 충분하다. 기다림은 불편한 일이 아니게 된다. 느긋하게 앉아 구름을, 흔들리는 야자수를, 황금빛 모래사장에 찰싹이는 청록색 바닷물을 구경할 기회니까. 여행자는 시원한 아침에 부지런히 활동하다가 더워지는 오후에 잠시 휴식하고 날이 저물면 다시 활기를 찾는, 열대 하루의 흐름과 섞이게 된다. (p. 246)



* 윌북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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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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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는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질문과 그림, 매 페이지 마다 레터와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빈칸인 질문에 답을 하며 나머지 부분들을 나 다움으로 완성해가는 책이다. 어떤 질문은 술술 써 내려갈 수 있고, 어떤 질문은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질문이 나에게 다가온 의미를 생각하며 각자의 답을 차근히 생각하며 기록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 관계의 깊이는 환대의 깊이와도 닮아 있습니다. 상대를 자신의 삶에 초대하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일에는 진심이 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알아왔거나 자주 만나도 깊이가 축적되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거리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 간에도 관용의 마음으로 환대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지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심리적인 공간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축적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p. 62)



- 건강하게 연결된 관계란 상대와 나를 동일시하거나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 오롯이 존재하며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관계입니다. (p. 106)



- 가장 나다운 순간을 함께한 친구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직면하게 하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깨닫게 하는 투명하고 찬란한 거울입니다. (p. 128)



정답 없는 질문에 고민하고 흔들렸던 시간들 동안 책을 읽고 책 속의 문장과 격언을 수집하고 노트에 기록하며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제이자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던 작가님의 경험과 마음을 담아 심리학 북클럽을 열고 문장과 질문이 담긴 레터를 보냈던, 인스타그램에 #다정한문장수집이란 해시태그로 문장과 질문을 담아 나누며 쌓인 문장들을 한 권을 책으로 엮은 <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에는 작가님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와 관점을 담아 LIFE의 각 글자를 첫머리로 하는 네 단어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Linkage(연결) : 우리라는 연결고리

Identity(정체성) : 나라는 세계

Future(미래) : 나를 나아가게 하는 힘

Emotion(감정) : 마음의 주인이 되어



- 여러 색과 껍질로 둘러싸인 나라는 존재를 단번에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체성을 정의하는 일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뤄지기도 합니다. 자아실현이란 멈춤이 아니라 지속적인 추구이니까요. 현재 시점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 먼저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신념은 무엇인지 꾸준히 탐색하고 발견해봐도 좋습니다. 가치와 신념은 내가 삶에 중심을 잡고 있는 기둥이거든요. (p. 196)



-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사람, 배운 것을 나누고 표현하는 사람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며, 주체적으로 살게 됩니다. 배운다는 것은 전공과 전문 분야뿐 아니라, 넓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과 사람을 접하고 배운 것을 씨실과 날실처럼 자신의 업과 연결하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p. 229)



-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정말 맞는 것일지. 나를 먼저 의식하고 돌아보세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수용적 자세와 나를 돌아보는 성찰 그리고 나의 감정을 바라보고 깨닫는 쉽지 않은 과정을 헤쳐나가다 보면, 분명 더 자연스럽고 성숙한 반응을 선택하는 당신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진정한 변화는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니까요.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말이죠. (p. 328)

 


자기다운 삶과 일을 디자인하는 전문 코치인 작가님이 선택한 좋은 문장과 격언들에 덧붙이는 작가님의 글,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의 따뜻한 감성이 담긴 그림이 더해져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좋은 친구 되어주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위로나 격려가 필요한 상황에 따라 나에게 필요한 글들을 찾아 읽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알아가고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선물해주는 책이다.



* 아르테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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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면 좀 어때 - 이런 나인 채로, 일단은 고!
띠로리 지음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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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엉성하고, 어쩐지 짠해 보이지만 귀엽고 가여운 인형을 만들어 허술한 매력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띠로리소프트의 대표 띠로리의 빈틈예찬 에세이 <허술하면 좀 어때>는 유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코미디 조각가라 자신을 설명하는 작가 띠로리의 나다운 방식으로 유쾌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 내가 지향하는 코미디 조각이란 태도에 가깝다. 이렇다  야망이 없는 태도. 남을 웃길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그냥 웃긴 사람처럼, 열심히 만든 조각으로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유머를 선사하고 싶다. 니들펠트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이 12시간동안 만든 망한 작품처럼. 너무 만져대서 손쓸  없이 울퉁불퉁해진 도자기처럼···. (p. 22)

 


작가의 숨기고 싶은 어설프고 애달픈 모습들을 은연중에 닮아 있는 그가 만드는 인형들은 맞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자신만의 결심과목표를, 허술함 속에서 한 발 두 발 앞을 향해 내딛었던 삶의 면면과 인형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허탈하게 웃긴 인형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눈··입을 달고, 허술함의 도()를 깨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나날들과 좌충우돌 실수하거나 실패했던 일들과 고민을 볼 수 있다.

 


- 살다 보면, 내가 아닌 무언가를 가장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업무 미팅을 한다든지, 격식 있는 자리에 간다든지. 대체로 그때 마다 어디 하나 흠잡을  없는 모습이 요구된다. 리본 묶는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과제들을 막힘없이 풀어낼 것같은, 철두철미하고 전문적인 모습. 이제는 나도 그런 척쯤이야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일주일, 1년이나 그런 태도를 유지하다 보면,  붙는 스키니 진을 입고 24시간 돌아다닌  갑갑해서 모든  벗어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니, 사소한   하는 채로 그대로 두는   소소하고 은밀한 취미다. (p. 52)

 


<허술하면 좀 어때>허술한 나인 채로 허슬(hustle)하게!라는 책의 모토처럼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그런 모습조차 나다운 모습이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확고하게 나아가는 작가님의 모습은 전혀 허술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든지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어설픔과 빈틈도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것, 부족해도 일단 해봐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것 같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고, 완벽 하려 했던 일상에 조금은 힘을 빼고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아무런 이유 없이 상냥한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다정하다는 말을 부정했을까. 스쳐 지나가는 타인에게도 착할  있는 , 어쩌면 뚝심에 가깝다. 누가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팔거나 말거나 신경   없이 본인의 세계가 확실해서 남들에게도 흘러넘치는 것. 단순히 상냥하다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고집스러운 삶의 태도 같은 . 시계 수리방의, 금은방의 할아버지들은 그런  가지고 있었다. (p. 148~149)

 


*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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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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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좋아 예고에 입학했지만 좋아하는데 못하는 게 슬퍼 노래만큼이나 자주 했던 일이 매일매일 친구들과 연습실에서 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 패배감과 우울감으로 가득 차 있던 시절 소중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 슬펐던 일, 재미있던 일을 그려 친구들과 돌려 읽은 게 썩어라 수시생의 시작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사람. 노래 하면서 그림 그리는 작가님 썩어라 수시생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는 누구나 한 번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러는 건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라 말하며 원래 조금은 이상하고 수상한 것이 인생이고, 그렇기에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님이 이탈리아에서 유학중에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어려움들이 담겨있는 에피소드들, 우울하고 힘든 일들도 많지만 작가님은 그럴수록 더 이상하게 살아야지~하며 훌훌 털고 더 이상하고 재미있게 일상을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를 읽으면서 어디가? 뭐가 이상한거지? 혹시, 내가 이상한건가?싶었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은 참 멋졌고, 작가님의 씩씩하고 용감한 태도를 응원하고 작가님이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서러움에 공감했다. 작가님이 연재했던 만화들 그리고 미공개 에피소드와 썩어라 수시생만의 감성으로 선정한 6곡의 플레이리스트까지 웃고, 공감하고 들으며 작가님을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 팩토리나인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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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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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도어 작가의 7년 만의 장편소설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실존 했던 고대 그리스 작가 안토니우스 디오게네스가 쓴 가상의 소설이자 하늘에 떠 있는 유토피아 도시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양치기 아이톤의 이야기를 쓴 책 속의 책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중심으로 700여 년의 시간을 오가며 다섯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로 펼쳐진다.

 

- 그리고 노아와 책을 실은 우리의 방주 이야기에서 홍수는 뭔지 아니? 안나는 고개를 흔든다.

시간이야. 하루하루, 일 년 또 일 년, 시간은 이 세계에서 오래된 책을 지워 버린단다. 네가 저번에 우리에게 가져다준 필사본 있지? 로마 제국 시대에 살았던 학자 아에리아누스가 쓴 거였단다. 이 방에 있는 우리에게, 바로 이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그 책 속의 문장들은 십이 세기를 견뎌야 했어. (p. 239)


- 옛날 책 속에는 흑마술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앞으로도 언니에게 읽어 줄 글줄이 남아 있는 한, 아이톤이 무모한 여행을 고집스레 계속하며 구름 속에 자리 잡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한, 도시의 성문도 버텨줄 것이다. 문밖에서 기다리는 죽음도 하루 더 미뤄질 것이다. (p. 497)


몽상의 세계를 뜻하며 소설 속에서는 동명의 그리스 소설 속 아이톤이 찾아 떠나는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 15세기 콘스탄티노플의 고아 소녀, 같은 시대 불가리아의 산속 마을에 사는 언청이 소년, 21세기 미국의 성 소수자 노인, 자폐 스펙트럼의 소년, 지구가 폐허로 변한 22세기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아 여행 중인 우주선 아르고스호 안의 소녀까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인물들이다.


-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할 때 그것이 실제로 어떤 소리였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무리 해 봐야 그들이 쓴 단어를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에 결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실패가 자명한 작업이다. 하지만 무작정 도전하는 것. 역사의 어둠으로부터 강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 우리의 시대로, 우리의 언어로 옮기려고 시도하는 것, 바로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헛고생이라고 그는 말했다. (p. 618)


- 어른들은 이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당해 줄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건 시빌이 모두 해결해 줄 거라고. 하지만 그건 어른들이 스스로 위로하려고 만들어 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시빌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p. 643)


다섯 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나와 처음에는 복잡하게도 느껴지지만 24개 챕터를 시작하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아이톤의 이야기와 서로 겹치지 않는 다른 시공간을 사는 주인공들이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책을 만나고 더 나은 현실을 향해 분투하는 모습,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지켜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야기가 하나로 묶이는 흐름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다. 책에 대한 기본 정보 없이 민음북클럽 첫 독자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된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어마어마한 페이지 수에 멈칫하게도 만들었지만, 한 권의 책이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다른 시공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매체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책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도 있지만 물성을 가진 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다양한 시대의 문화와 주제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 낱장들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암시하는 내용만 있으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상상으로 채워 나갈 것이다. 몇 십 년 만에 처음, 짐작하기로는 부엌 헛간의 난로에서 렉스와 무릎을 맞대고 앉아 있던 제5수용소 시절 이후 처음, 그는 마음의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다 뜯어낸 것처럼 온전히 깨어 있음을 느낀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이 여기, 바로 그의 눈앞에 있다. (p. 680)


- 한생을 살면서 벅차도록 쌓이는 기억을 뇌는 꾸준히 까부르고 중요도를 따지고 가슴 아픈 기억은 묻기 마련이지만, 어쩐 일인지 이 나이가 되도록 뒤로한 기억이 담긴 엄청나게 큰 자루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있으니, 대륙에 맞먹는 그 무게를 견디다 보면 마침내 세상 밖에 내놓을 때가 오는 것이다. (p. 716~717)


* 민음사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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