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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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아 무너지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육지에 사는 생명체들은 살 곳을 잃어버렸다. 풍족했던 과거의 삶과 달리 모든 것이 부족하고 생존마저 위험한 물에 잠긴 지구. 바다를 테마로 한 연작 소설집 헤저도시 타코야키는 육지는 없고 바다뿐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다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공포와 절망에 물든 사람들은 어렵고 느린 길보다 빠르고 결과가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그때라도 멈춰야 했을까? 타임머신이 발명되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인간은 늘 이기적이기에. (p. 11)



바다로 들어가는 인간은 두 부류였다. 죽고 싶어서, 혹은 살고 싶어서. 과거에서부터 잠들어 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인간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어 변이시켰다. 그게 인간을 살릴지, 죽일지는 바다에 맡겨야 했다. (p. 42)



빙하가 녹으며 그 안에 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죽어가는 사람들,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그린 <불가사리>


바닷속에 잠긴 물건들을 건져 생활하는 사람들,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학대당하는 돌고래를 구하려는 <바다와 함께 춤을>


물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적응된 새로운 인류 수인(水人), 바닷속 동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수인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이기심 가득한 배 인간들 <파라다이스>


해저 도시를 세우고 살아가는 인류, 그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물품들을 배달해주는 수인 배달부들. 더 이상 생존이 불가한 도시에서의 마지막 배달 <해저도시 배달부>


해저 도시의 돔 벽을 청소하기 위해 태어난 청소부가 우연히 만나게 된 타코야키 트럭 <해저도시 타코야키>


바닷속에 남겨진 쓰레기를 치우는 수인. 바다가 다시 살아나고 회복되길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산호 트리>



나도 언젠가 바다의 일부가 될 테니, 그 전까지는 바다를 더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 돌고래들을 구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잡겠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사람들도 생겼다. 그들이 작살을 던지고 배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먹을 날려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p. 80)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의 소설들은 우리가 환경을 바다를 파괴하고 지키려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미래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바다라는 배경 때문인지 이전에 보았던 비슷한 장르의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바다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적응하지 못하고 배 위에서 떠돌 듯 생활하는 사람들, 유전자 변이를 통해 새로이 만들어진 인류 등의 모습을 통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바다를 망치고 생명들을 아무렇지 않게 헤치는 모습 그와 반대로 바다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해류가 바다 표면부터 깊은 바닷속까지 휘젓는 시기가 오면 하얀 알갱이가 바닷속에 가득했는데 그게 마치 눈처럼 보였다. 온 바다가 뒤섞인 후 더 깨끗해지는 걸 본 뒤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눈이 내리는 날을 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이전 크리스마스 보다 이번에 더 적은 눈이 오기를, 거센 물살을 통해 죽은 바다가 살아나기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오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었다. (p. 246~247)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p. 33)



절망적이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공동체들의 모습은 희망이 사라진 세상에서 작은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 해저도시 타코야키 속 이야기들을 읽으며 모든 것이 풍족하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돌아보고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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