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자들의 황야
하지은 지음 / 드림노블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하지은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가 참 마음에 듭니다. 결말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쉽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온의 연인 - Navie 264
김수지 지음 / 신영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여운이 강하게 맴돌아 한동안 멍하게 느껴질 만큼 묘한 느낌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평범한 로맨스 이상의 뭔가가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쾅, 하고 내게 박혀왔다.

 

후기에서 말하는 작가의 집필의도가 인상적이었다.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의 사랑으로 야수는 왕자로 변한다. 그러나 동화 속 미녀는 흉측한 야수의 모습을 사랑했는데, 그 괴의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졌는데 그거야말로 정말 감동적인 게 아닐까하는 의문.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과 같은 사랑이 아니라, 그러한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 함께 있는 것. 부족한 모습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 야수가 왕자로 변하지 않는다 해도.   

 

<미온의 연인>은 1부, 남주인공 지수혁 시점의 '미온의 연인'편과 2부, 여주인공 김유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얼굴 없는 연인'편으로 이어진다. 섬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선이 감동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서술과 로설에선 드문 약간 건조하게 느껴지는 문체가 좋았다.  

 

김유민은 선천적 안면인실증을 앓고 있다. 그녀의 세상에는 얼굴 없는 사람들뿐이다. 부모도, 친구들도, 남편마저도. 그래서 그녀는 두렵다.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자신의 감정을 줄 수가 없어서. 일상생활에선 그것을 표현하는 법이 없지만 그녀의 작품세계, 화폭에만은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쏟아내듯 표현해 낸다.

 

수혁과는 정략결혼을 한 관계. 첫만남에서 수혁은 다른 애인이 있고, 너와는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사업상의 이윤을 위한 수혁과, 감정에 지쳐버린 유민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관계였다. 큰 키에 매력적인 마스크를 가진 수혁인데, 유민은 두번째 만남에서 수혁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 여자 어딘가 이상하다. 수혁의 시점에서 유민의 괴의함이 조금씩, 조금씩 드러난다.

 

유민은 정말 독특한 캐릭터였다. 다른 건 미적지근하면서 집착하는 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냉장고 다른 하나는 그림이다. 그녀 말에 냉장고는 신성한 것이라고. 충격의 빨주노초파남보 냉장고 정리법.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 불가이다. 그리고 그녀는 '싫어한다'라고 말하는 그림 그리는 행위. 그건 아마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모르는 그녀의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방법 아닐까? 진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그래서 거북한, 그런 것.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수혁은 지독히도 고통스러워진다. 사랑하는 만큼의 고통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감정을 아무리 퍼부어도 밑빠진 독처럼 흘러갈 뿐이다. 그 고통 속에서도 끝끝내 유민을 놓지 않는다. 악착같이 붙들고, 그녀에게 매달리는 수혁이 절절했다. 유민 역시,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수혁을 점차 사랑해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녀를 붙잡고 가지말라고 처절하게 애원하는 그의 앞에서 유민의 그 마음이,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기를 제발 바랐다. 남자와 같이 울고 있기를.』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는 그녀의 얼굴 역시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라서 처절하게 우는 수혁 앞에서 혹시나 자신이 웃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 웃는 표정과 우는 표정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녀이기에..

 

유민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엔 그를 사랑한다는 표현은 없지만,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포기했었던,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이 그 때문에 되살아나고 있었다.  비록 사랑의 힘으로 기적처럼 안면인실증이 치유되진 않았지만, 그렇게 수혁과 유민은 계속 행복할 것이다. 고통을 동반하는 행복이라 해도.

 

평이 좋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에 빠지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사람에 대한 생각, 사랑에 대한 의미를 작가님이 많은 고찰 속에서 써 내려갔다는 것이 느껴진다. 김수지 작가의 판타지 로맨스 '봉루'가 출간 된다는데, 연재분에서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진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결사가 필요해? - 당신의 로맨스를 해결해 드립니다
린다 그라임스 지음, 우진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멜레온처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 란 질문에는 무궁무진한 답변이 있을 수 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혹은 범죄와 복수에 사용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양날의 검이다. <해결사가 필요해?>에선 어댑터(변신능력자)인 시엘 할리건이라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시엘 할리건은 변신능력자인 점을 활용해 '라이프 코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의뢰인으로 변신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문장을 단순히 생각하면 어렵지 않은 일 같지만, 난 이 부분에서 미국과 한국의 인식차이,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어떤 곤란한 일이 닥쳤을 때, 우리는 종종 누군가 날 대신해서 문제를 대신 처리해 주길 바란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서 정말 가능하다고 한다면 과연 실제 상황에서 연애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길 진정 원할까?

 

 

만약 사귀는 사람과의 이별선언이라면 말을 전하기가 어렵고, 고민스럽기에 시엘 할리건과 같은 '해결사'가 현실에도 있다면 이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인과 다시 볼 사이도 아니니까. 그러나 <해결사가 필요해?>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스토리는 일반적인 상식선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부잣집 딸이자 젊고 아름다운 '미나'라는 여성이, 현재 남자친구인 트레이와 결혼하고 싶은데, 그의 청혼낼 받아낼 자신이 없어서 그에게 청혼을 받으라는 목적으로 시엘 할리건을 고용한다. 시엘은 만능이 아니다. 만약 트레이가 미나에게 원래 호감이 없었다면 일주일의 짧은 휴가에서 청혼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미나란 인물도 이해할 수 없다. 트레이와 결혼한다면 프러포즈는 늙어가면서 추억거리가 될 텐데.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추억을 스스로 포기하다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다른 여자의 남자와 막 재미를 보려는 찰나 쾅 하고 뭔가가 폭발했다. 사실 이렇게 바로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나는 벌인지 뭔지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일과 관계된 남자와 재미를 보는 것은 업무의 일환으로 의뢰인과 이미 합의한 계약 사항이지만, 하느님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실 생각이 없으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면 이게 보통 기회가 아니라는 점은 다들 인정할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약 내용에 대해 심각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나면 "저기, 당신이 내 모습을 하고 있을 거니까 그이가 진짜로 바람 피우는 거라고는 할 수 없겠죠? 그렇죠?" 하고 묻는 의뢰인이 있다.┛ (14P 발췌)

 

 

시엘의 시점으로 1인칭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책을 읽으면서 위 부분에서 가장 놀랐다. 아무리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남자친구와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겐 못할 것 같다. 이 부분이 문화적 차이에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초반부분의 몰입이 상당히 힘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과 일반적인 한국로맨스소설과 가장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남자주인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자가 애정을 가지고 빠져들 수 있는 남주가 있어야 반사적으로 여주인공에 몰입도 잘되고 재미있을텐데……. 중심격인 남주가 뚜렷하지 않기에, 여주인공 시엘 할리건의 마음은 계속해서 변한다. 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처음엔 마크를 좋아했다가, 닐스란 인물에게 흔들렸다가, 결말부분에선 빌리에게 정착한다. 사랑은 변하는 거라지만, 어느정도의 일관성도 필요한데 말이다.

 

 

<해결사가 필요해?>는 판타지와 로맨스의 결합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판타지적인 면에서도, 로맨스적인 면에서도 만족감이 들지 않았다. 사건위주로 진행되고, 어댑터 능력이 로맨스에 필수불가결인 것도 아니라서 판타지와 로맨스가 섞이지 않고, 물 위의 기름처럼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판타지적인 관점으로 보면, 어댑터(타인으로 변신하는 능력)에 대한 설명도 불분명하다. 비교하자면 '데스노트'는 현실에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공상이지만 노트의 규칙과 법칙을 세부적으로 조정함으로써 현실성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어댑터 능력에 대한 의문은 책을 읽어도 풀리지 않는다. 어댑터는 한번 A란 인물로 변신하면 그 후엔 A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변신가능한데 어댑터가 A로 변신하고 있는 사이에, 불의의 사고로 본래의A가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면 어댑터에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과거에 한번 변신한 인물은 이후 에너지를 흡수할 필요없이 자유자재로 변신이 되는지? 어댑터끼리도 서로 변신했을때 자신임을 밝히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댑터인 것을 알 수 없는데 이를 범죄적으로 이용하는 어댑터가 있을 것 같고, 또 해리포터에서 마법세계는 머글들과 다르게 운영되는 것처럼 어댑터끼리의 사회와 네트워크망이 존재할 것 같은데…? 그밖에도 계속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판타지적인 초능력을 설정했으면 그것에 대한 세부설정이 더 필요할 듯싶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미나로 변신한 시엘이 납치되었던 장면이다. 여기서 시엘은 닐스에게도 흔들리게 되는데, 닐스는 네오바이킹이라는 나쁜 집단 소속이지만 시엘에게 나름 잘해준다. 스톡홀롬 신드롬이 떠오르고 재밌었다. 후반부로 가면 닐스에게도 다른 반전이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까지 이해되지 않는 네오바이킹의 목적... 샴푸와 바디워시가 무슨 관련인지? 스테로이드를 첨가해서 만든다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검색해보니까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큰 운동능력향상보조물이라는데. 네오바이킹이라는 집단의 목적이 책에선 스웨덴의 남성들의 마초화? 바이킹화? 라는데 그 정확한 개념을 모르겠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전반적으로 지루하다. 결말 부분의 네오바이킹과의 대치상황에 시엘의 활약에서도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표지만큼만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한 자들의 황야
하지은 지음 / 드림노블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장력이라던가 분위기, 내용전개 어느면에 있어서도 뛰어난 서정적인 소설. 그러나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도 드러나듯이 마무리가 미흡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섭소, 부인 - 상
목영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섭소, 부인>은 꼬마신랑 헌도령과 연상미녀부인 소연낭자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그린 로맨스물 이다. 어른세계를 성애소설로 이론으로만 아는 소연낭자의 들이댐(?)과 백지같이 순수한 헌도령이 그런 부인에게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점차로 변해가는 모습이 오밀조밀하게 담겨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다른 소설들과는 차별화된 문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구어체로 화자가 청자에게 들려주듯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지만 판소리를 감상하는 것처럼 걸쭉하고 푸근하게 정말 과거 어느 시절 헌도령과 소연낭자가 살다갔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도록 서술되어 있다. 정겨운 옛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와 내적심리묘사를 강조하면서, 머리 아픈 크고 복잡한 사건이 없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들여다 보기도 하고, 화자와 등장인물 간에 대화를 나누는 듯한 고전소설풍의 문체가 조화롭기에 몰입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등장인물 중에선 개인적으로는 '소연낭자'의 캐릭터가 가장 매력있게 느껴진다. 조선시대기에 정략결혼을 했다지만 마냥 순하기만 한 여인이 아닌 조신한 모습 속에 당찬 면모를 가진 소연낭자! 남존여비의 대표격인 조선시대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주체적인 모습이 잘 표현되어있다. 특히 성애소설(19금)을 읽는 것을 시어머니에게 들켰을 때의 그 기지란! 놀랍고도 작중에서 영특하다라고 평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물의 심리에 능하다.

 

그러나 <무섭소, 부인>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복잡하게 꼬인 사건이 없어 이해하기 쉽고, 가볍게 읽기에는 안성맞춤이라 해도 이는 섬세함의 부족과 긴장감의 감소로 나타난다. 즉, 고전소설식으로 쓰여졌기에 세련됨의 부족하다. 두 번째로, 여러 인물의 애정사가 겹겹이 나오기에 주연 커플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주연커플, 헌도령&소연낭자 이외에도, 조연커플 남조&달이, 왕세자의 애정사 등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시선이 분산되어서 집중도가 떨어진다. 보다 주연커플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미워하고, 욕하고, 괴로워하는 그런 모습 없이, 악역 없는 이 책은 따뜻하고 정겹다. 잔잔하고 온화하기에 <무섭소, 부인>은 무더운 여름보다는 찬바람 부는 겨울에 적합한 책인 것 같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귤 까먹으면서 읽는다면 저절로 나오는 웃음과 동시에 마음이 흐뭇해질 이야기. 헌 서방과 소연 아씨는 천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적인 엔딩이 무엇보다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본 서평은 디앤씨미디어 파피 로맨스 카페의 리뷰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