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도 여러 가지 소원이 있었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겁게 지낸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있을 테지만 일단 다들 살아 있고, 일단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너구리다. 너구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있게 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교토에 우글거리는 너구리들이여, 분수에 맞지 않는 모든 소망을 버려라.
"특별히 바랄 것도 없네요."
(중략)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적당한 영광이 있기를."

pp.441~442

새해가 오는 것이 좋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23년은 마무리도 그렇고 24년의 시작은 마음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너구리의 '일단 다들 살아 있고'라는 말이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마무리 글을 적을 때, '이 모든 것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라고 썼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너구리가 주인공인 소설이지만 너구리도 인간과 별 다를바가 없는 고민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전골이 된 아버지의 모든 점을 닮은 자식은 없고 하나씩 닮은 것도 인간들과 비슷한 것 같았다. 너구리 전골을 먹는 인간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되었지만 원래 인간들은 별별 것들을 먹으니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요괴인 덴구나 이것저것 변신할 수 있는 너구리보다 인간이 제일 나쁜 취급을 받는 것도 이해되었다.

새해에 읽는 첫 소설이 교토가 배경이라서 좋았다. 교토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여유롭고 평온해지는 느낌을 주는 여행지라서 너구리가 돌아다니는 환상의 세계와는 잘 연결이 안되기도 했지만 교토에 가고 싶은 마음을 더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그러진 하루 Daily book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평점 :
절판


망그러진하루Dailybook

2023 다이어리는 그냥 일반 공책을 사서 직접 그려서 만들어 사용했는데, 스케줄러와 일기의 내용이 겹쳐 있어서 밖으로는 잘 안 들고 다녔다. 그래서 내년에는 스케줄러랑 일기를 구분에서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마침 망그러진곰 스케줄러가 너무 귀여워서 CU에서 며칠 도전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망그러진하루 Daily book'은 매일 일기를 쓰지 않는 나에게 딱 적당한 일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망곰이는 요즘 2순위로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사실 '망그러진'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뜻이 아니라서 '망그러진 일'에는 무엇을 쓸까라는 고민이 들었는데 그날 하루와 어울리는 책 제목을 적게 되었다.
9일에는 노먼 에릭슨 파사리부의 <대체로 행복한 이야기들>을 구매했는데 그게 내 하루와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12일은 스튜어트 에머리,아이반 마이즈너,더그 하디의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를 적었다. 망그러진 곰, 앞으로 24년 잘 부탁해!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감상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은 소설’ p.4

Cephaz란 가수의 <On a mange le soleil>라는 노래가 경쾌해서 요즘 자주 듣고 있다. 우리는 태양을 먹고, 별을 먹고, 하늘을 먹는데 나중에 꺼내 쓸 희망을 품기 위해서라는 내용이다. 서문을 읽는데 딱 이 노래가 떠올랐다. 태양, 별, 하늘처럼 이 소설도 내게 그런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 읽었다.

존재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사라진 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녹은 눈과 얼음은 기화하여 구름의 일부로 소급될 것이고 구름은 다시 비로 내려 부지런히 순환하는 지구라는 거대한 기차에 도달할 터였다. 부재하면서 존재한다는 것, 부재로써 현존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 이번 겨울에 나는 그것을 배웠다. p.132

누구나 언젠가 겨울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 겨울의 길이나 혹독함, 차가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비교적 쉽게 넘어갈 수 있어도 어떤 누군가는 아예 넘어서기 힘들기도 하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그랬다. 스물 다섯의 고독한 다현이의 죽음이 가장 마음 쓰였다.

부모님이 어릴 때 겪었던 가장 힘든 시간, 잠든 어린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건 다 비슷한 마음이구나를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능 있는 리플리 리플리 5부작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외로웠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았던 파리에서의 느낌하고는 달랐다. 톰은 번듯한 친구들을 새로 사귀면 어떨까 상상해 본적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면 새로운 태도와 가치관과 습관을 갖추고 새 출발 해서 지금껏 살아온 삶보다 훨씬 근사하게, 올바르게 살 수 있을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58

현대에도 리플리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은 꽤 많았지만 어릴 때 봤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영화만 생각해도 몇몇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이다. 그의 범죄가 밝혀지지 않기를 가슴 졸이며 봤던 영화이다. 사실 요즘은 범죄자의 서사, 심리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어쩐지 리플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절로 리플리의 편이 된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드라마 <안나>가 그랬달까. 부와 명예로 만들어지는 지위는 생각보다 별게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는 그것이야말로 별 것이다. 학력 위조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 아이는 주인공이 진짜 가보지도 못한 그 외국 명문대를 입학하게 될 때의 놀라움을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현재도 리플리는 많은데, 최근에 일어난 사기 범죄 사건도 그랬다. 요즘 세상이 더 SNS로 부자들의 삶을 열망하기가 더 쉽고, 부자들은 디키와 그의 패거리처럼 자신의 상태가 운 좋다고 인식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물론 요즘은 부자들이 다 디키같지는 않고 오히려 교양이나 사랑받고 자란 티를 내며 더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세상이 그런 사람을 열망하고 있는데 개개인이 열망하지 않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섬에 다시 가보면 어떨까? 그 섬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섬은 아직 거기에 있고 오늘이라도 기차를 타고 배를 타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의 그 섬이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 pp.119-120

처음 보는 작가의 산문집이라서 어쩐지 손이 빨리 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 읽어갈수록 작가가 많은 일들을 거절하는 삶을 살아오다가 에세이를 쓰는 것은 덜컥 하기로 한 것이 어쩐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향로표지원 이부연 씨>의 삶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군데?’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작가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 다닐로 키슈의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를 읽었는데 이 작가는 이런 작업을 해 두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는 유명인은 실리지 않으며 ‘망인들의 세계에 대한 평등주의적 관점’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게 너무 좋았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한 명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아깝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소중한 사람의 역사라도 유명인이 아니라면 기록으로도 남기 어렵다는 게 더 안타깝고 아쉽다.

사람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걸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알았다. 외할머니의 ‘집’이 중요한게 아니라 외할머니가 있어서 그 공간이 품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 섬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 할머니의 목소리를 남기지 못했다. 할머니야말로 풀지 못한 이야기보따리가 수십개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할아버지는 조용하고 다정한 분이었던 데 반해 할머니는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게 하는 분이었다. 할머니가 말을 잃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래서 간신히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었다. p.12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