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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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다시 가보면 어떨까? 그 섬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섬은 아직 거기에 있고 오늘이라도 기차를 타고 배를 타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의 그 섬이 아직도 거기에 있을까? pp.119-120

처음 보는 작가의 산문집이라서 어쩐지 손이 빨리 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 읽어갈수록 작가가 많은 일들을 거절하는 삶을 살아오다가 에세이를 쓰는 것은 덜컥 하기로 한 것이 어쩐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향로표지원 이부연 씨>의 삶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군데?’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작가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 다닐로 키슈의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를 읽었는데 이 작가는 이런 작업을 해 두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졌다.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는 유명인은 실리지 않으며 ‘망인들의 세계에 대한 평등주의적 관점’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게 너무 좋았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한 명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아깝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소중한 사람의 역사라도 유명인이 아니라면 기록으로도 남기 어렵다는 게 더 안타깝고 아쉽다.

사람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걸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알았다. 외할머니의 ‘집’이 중요한게 아니라 외할머니가 있어서 그 공간이 품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 섬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 할머니의 목소리를 남기지 못했다. 할머니야말로 풀지 못한 이야기보따리가 수십개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할아버지는 조용하고 다정한 분이었던 데 반해 할머니는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게 하는 분이었다. 할머니가 말을 잃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래서 간신히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었다. p.12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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