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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지음, 정영철(정비오)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20대의 체력도, 돈도, 애인도, 아이도, 머리숱도 없이 가진 건 똥고집으로 용기를 가지고 염치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늙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음으로 알아낸 것은 작가는 50대가 되었을 테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며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운동을 하고 있으며 십 여년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리랜서라는 이름아래 글을 쓰는 작가이며, 70대의 엄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숙취로 일어나 해장국이 아닌 졸여진 김치찌개와 풀밭 같은 반찬에 욱해서 가방을 꾸리고 마음을 읽히자 계획에 없던 여수와 제주도로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고 여자뿐인 병원에서의 땀났던 상황을 엄니에게 일러바치고 노안과 갱년기의 두려움으로 오열하며 엄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살아온 시간만큼 쌓인 경험이라는 연륜 뭐 이런 것들로 조언을 해주는 어른인 사람이다.
세상 인류의 존재를 남자, 여자, 아줌마, 그리고 나이 먹고 결혼을 못한 늙은 아이로 분류를 해놓고 늙은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당하는 부당함을 이야기하며 더 이상 만남에서 거론되기를 싫어하지만 정작 제일 하고 싶었을 것 같은 그 말은 내뱉지 못하는 찌질함이 있다.
‘편하지만 외롭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나랑 비슷한 듯한데..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이거 누가 날 관찰하고 쓴 거 아냐?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직 작가보다는 많이 아이인 30대이지만 없는 것 투성이 인것도,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것, 그리고 제일 중요한 늙은 아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잘 하고 있던 일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면 마냥 출근하기 싫다가 아닌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혼자서 이래저래 생각을 하다 가족끼리 식사하는 저녁에 무심한 듯 한마디만 해줬다.
“ 나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쉴 거야”
그 말을 하고 정확히 한달 후 난 인천공항에 있었다. 그동안 휴가를 다닌다고 다녔어도 길게 가지 못했던 설움을 풀겠다는 양 떠나기 일주일전에 가족에게 또 통보 아닌 통보를 하고서 말이다. 물론, 그 후로도 인천공항을 몇 차례 더 방문하면서 자유와 휴식이라는 핑계를 대는 늙은 아이였다.
어느 순간 나, 우린 혼자 있는 법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혼자 지내든 외로움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함께 할 거라면 피하지 말고 잘 추스르며 살자고 말입니다. ~ 외로움도 어느 때엔 친구 같다는 것입니다. p. 144
그렇다.
처음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고 먹어보고 라는 말을 하고 떠났지만, 난 불연 듯 생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주변엔 다들 결혼을 해서 나와 놀아 줄수가 없는데 난 시간이 남았으니 외로 웠던 것이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지나온 일주일을 되돌아보았다. 오란 곳 없었고, 오지 말라는 곳도 없었으며 갈 곳도 없었고 가지 못할 곳도 없었다. 지갑엔 신용카드 한 장뿐이었지만 나에겐 많은 시간이 있었다. p.118
갑자기 내 앞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랐고, 예전과 다른 시간에 집을 나서거나 추레한 모습으로 동네를 어슬렁 거릴 때 주변의 시선과 수근 거림이 싫어서 였을 것이다. 아직 주변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는 늙은 아이였다. 그렇게 밖으로 나돌다 또 뜬금없이 유화그리기를 비롯한 취미 생활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보니 난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은 늙은 아이가 되어있었다.
나는 아직 작가만큼의 심장에 맷집은 없는 것 같다. 괜히 안가면 뒷말이 나올까 무서워 회수를 못할 것 같지만 프로 불참러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참석했을 때 나에게 누군가 결혼은 안하냐는 물음을 하면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정정은 해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가 결혼 하는게 보고 싶다면 각자 나에게 얼마씩 준다면 꼭 가겠다 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찌질 하지만 행복 할 수 있을까?
뭐 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지만 자유롭고 편하지만 외롭고, 가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찌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