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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 - 인생의 갈림길에서 시작된 아주 특별한 만남
존 쉴림 지음, 김진숙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서른한살의 청년과 여든일곱의 수녀의 우정이라고 표현을 해야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알고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찹기위해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서른 한살의 존은 모든것이 무기력하고 자신감, 자존감을 잃어가던 그 때 친구 스티븐과 함께 친구 스티븐의 어릴적 기억속의 그곳, 성요셉 수도원의 도자기 공방으로 간다.
수도원 바로 옆의 학교를 나왔고, 어릴적부터 줄기차게 다녔던 곳이지만 도자기 공방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생소한 존, 그곳에서 평생 잊지못할 친구를 만난다.
아우구스티노, 수녀원의 노수녀이며 찾아오는 이 없는 도자기 공방을 사십여년 지켜온 사람.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았다. 하느님의 뜻으로 산다는 것도, 둘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예술을 하고 있다는것.
추운 날씨만큼 지쳐있던 존을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라는 말로 반겨준 사람.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매주 공방을 찾아가 처음에는 수녀님의 손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인해 예술가로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감정이 아니더라도 뭔가의 심경 변화를 느끼게 된 존은 매주 시간이 날때마다 도자기 공방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항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수녀님과 이런 저런 자신들의 비밀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한다.
어릴적 자신들의 이야기, 현재의 고민들..
언제나 왜 자신은 이럴까라고 생각만 하던 존에게 수녀님은 좋은 친구였고 좋은 스승이었다.
큰걸 바라는 존에게 수녀님은 이런말을 했다.
소박함의 힘을 결코 얕잡아보지 말아요. 소박함은 마음을 풀어주고, 눈앞에 있었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볼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p.77
항상 공방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이 도자기와 고양이 블리첸과의 시간만이 가득했던 수녀님도 존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하느님의 뜻이라고만 생각하고 잘 몰랐지만 존으로 인해 자신의 작품에 대해 놀란다. 수녀님의 애칭을 붙인 거시 스페셜이 그 일례이다. 도자기 작품에 그림을 그리고 붓에 남아있는 물감을 물어 버리기 아까워 한획씩 한획씩 그려졌던 것을 더 훌륭한 작품으로 생각을 해주는 존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수도원에 도자기 공방이 있다는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수녀님의 예술성을 알게 된다.
존의 장난스러웠던 수녀님을 유명인을 만들겠다던 말은 지역신문, 라디오 등을 비롯해 현실이 된다.
그렇게 존과 수녀님과의 삶에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살면서 겪는 모든 변화는 디딤돌로 삼을수 있단다. 우린 하루에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 너무나 사소해서 알아채지 못하는 변화들도 있지만, 분명히 변화는 일어나고 있어,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크고 힘든 변화지. 하지만 비극적이거나 슬프다고 번거롭다고 여기는 변화는 새로운 시작일 뿐이야. 아흔살인데도 할일이 많이 남아있는 좋은 변화처럼 말이야. 변화는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단다. -p.201
항상 혼자서 외롭게 살아왔던 수녀님에게 변화는 그렇게 나쯘것만은 아니었을것이다. 자신이 있는지초자 몰랐던 사람들로 인해 조용한 삶을 살았던 수녀님은 어느순간 자신의 작품을 보고 기뻐해주고 열광해주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었다.
수녀님도 그런 변화를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와 성별, 직업을 뛰어넘은 정말 친구가 되었으니 말이다.
서로 우정을 더 쌓아가기에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우정과 시간이었을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라는 말과 5년의 시간동안 서로가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수녀님은 존과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배움을 주고 아흔이 넘은 수녀님은 떠났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내가 힘에 부쳐 힘겨워 할때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뭔가 마음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그리고 나도 그 사람에게 똑같이 힘이 되어줄수 있는..
나이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우정이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나에겐 참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에게 배움을 주는..
매일 만나는 사무실 언니도 그렇고, 나의 친구들도 그렇고, 나의 부모님도 그렇고,
예전 마음이 힘들때 친한언니와 둘이서 떠난 선유도 배에서 만난 오십대의 부부까지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인것이다.
요즘엔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많은 조언도 해주고 많은 힘이 되어주던 분에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일이 있었다.
참 나에게 힘이 되고 고마운 사람인데 나는 그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질 못해 마냥 미안할 뿐이다.
고민과 갈등의 시점에서 만난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에 커다란 가르침으로 남는다.
존에게도, 나에게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난것만으로도 천국을 느끼기엔 충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