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에 실린 우성 김종영 선생의 글들은, 일부 집필 연도가 밝혀진 것을 포함하여 1930년대 말 동경 유학 시절부터 1970년대 사이에 쓰인 것으로 김종영 선생이 작업실에서 작품에 몰두하는 장면과 함께 책의 첫 장에 안내되어 있다. 1983년에 처음 출판된 것을 2005년에 보완해서 새롭게 만들었고, 현재 세 번째로 나머지 글들을 찾아 색다른 감각으로 펴냈다고 한다.
초월, 창조, 사랑, 통찰, 불각 등 한발 비켜서서 전체를 관조하며 인생을 한정된 시간에 무한의 가치를 사는 학문과 예술을 하나로 승화시켜 원대한 사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각가 최종태는 말했다. 예술작품 특히 그림보다 조각 작품에 대한 해석이 참 어렵다. 그림은 색으로 많은 말을 하고 선의 겹과 모양으로도 다양한 편의를 느낄 수 있는데 조각은 그림과 같이 색과 선을 사용하지만, 굴곡이라는 입체감이 더해져 작가 정신에 더 눈길이 간다. 이 책에서는 펜이나 먹으로 드로잉 한 작품이나 유채, 수채 등 대부분 종이 작품이 실려있다.
인체와 자연, 여성과 장식, 면과 선, 부분과 전체 등 분명 종이에 그린 드로잉 작품인데 마치 입체적인 조각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공간과 시간이 갖는 인간의 모든 정서와 대자연의 질서를 다 지니고 있는 인체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어떤 질서를 발견했을 때 공감을 느끼며 자연이 갖고 있는 통일, 조화, 질서를 김종영 선생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른다. 미를 알려고 하거나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허황한 일이다. 절대적인 미를 나는 아직 본 일도 없고 그런 것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다만 정직하고 순수하게 삶을 기록할 따름이다. 그것이 희망이고 기쁨이기를 바란다.”
김종영 선생은 아름다움을 염두에 두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정직하고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시각적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미를 쫓지 않는 활동으로 그 이상의 작품을 완성 해왔다. 예술가는 말이 없고 예술작품 스스로가 제 몸짓으로 무궁무진한 말을 한다는 김종영 선생의 말을 생각하면 작품이 인정받기까지 작품을 느끼고 해석하는 관중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예술작품의 말을 잘 알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길을 김종영 선생이 남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또한 진정한 관중은 자기 자신이기에 결국 작품은 자신을 위해서 제작한다는 말도 남겼다.
“창조란 말은 내겐 없다. 자연의 물체가 자연스럽게 있듯이 나의 조형 세계는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여유를 맛본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김종영 선생은 겸손과 여유를 찾을 통로를 마련하는 일에 힘쓴 것 같다.
출판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